오늘 우리는 한양학원 설립 75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설립자 백남 김연준 선생님께서 이 땅에 뿌리신 한양이라는 사랑의 씨앗은 어느덧 한국의 사학을 이끌어가는 거목으로 자라났습니다. 한양학원 설립 75주년을 맞이하여, 오늘의 한양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양 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또한 75년의 역사 속에서 한양을 만들어 오셨던 모든 선배 한양인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오늘 한양학원 설립 75주년이라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역사의 현장에 서 있습니다. 지난 역사는 오늘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근원임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두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뜻깊은 오늘, 우리 한양 가족들이 새로운 내일을 위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한양 가족 여러분!
역사의 변화를 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역사는 단순히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이 축적된 결과는 아닙니다. 역사의 발전은 오히려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 즉 패러다임 쉬프트에 의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지난 역사가 오늘과 내일을 가두는 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이러한 관점에서 하는 말입니다. 이제 개교 75주년을 맞이한 우리 한양은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될 역사적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한양을 이끌어왔던 패러다임은 The Engine of Kore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한양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우리에게 또 한 번의 큰 변혁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과거 역사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으로 버텨나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을 관측의 대상으로 삼아 망원경의 성능을 점차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달을 더 가까이 관측하려고 할 때, 달을 관측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우주선을 만들어 직접 달에 가겠다고 생각하는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을 이르는 말이 바로 문샷 싱킹입니다. 이제 우리 한양에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샷 싱킹과 같은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쉬프트를 위해 우리 한양 가족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한양 가족 여러분!
우리 한양은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이뤄야 할 뿐 아니라, 보다 실천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계획들을 수립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의 의지이며 결국은 실행의 주체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동안 수립했던 많은 계획들은 우리에게 목표와 방향을 보여주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북돋아 주었지만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사실 어떤 행동이건 인간의 행동에는 모티베이션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모티베이션은 ‘나의 주체성’에 대한 인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주체라는 인식이야말로 행동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 한양이 더욱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곧 한양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한양의 주체로서 인식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 일을 해주기를 바라고,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너에게 있다는 방관자적 자세야말로 한양의 내일을 위한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대 경전에는 이러한 말이 있습니다. “겨울날 눈이 수북이 쌓여 있을 때, 당신이 길을 만들어 걸어가면 승자가 될 것이고,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패자가 될 것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편한 길만을 택해 따라가려고 하지는 않는지 한번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한양 가족 여러분!
75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실 어느 한때고 편안하기만 했던 때는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한양의 선배들은 더 큰 어려움을 참고 견디었으며 그 견딤이 바로 오늘의 한양을 이룬 것입니다.
우리 캠퍼스의 소나무들을 보십시오. 우리는 소나무들의 뒤틀린 모습을 보며 멋지고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그 소나무들은 온갖 악조건을 견디기 위해 자신의 몸을 뒤틀어가며 성장한 것입니다. 물론 곧게 쭉쭉 뻗은 거목도 아름답지만, 생존의 악조건을 견디느라 뒤틀어지고 비틀어지며 성장한 나무에서는 생명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오늘 여러분이 참고 견디는 어려움이 한양의 미래를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 가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