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_기자가_밤새도록_신문사에서.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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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건후 기자
  • 승인 2014.05.10
  • 호수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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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호 발간 과정을 통해 알아보는 한대신문 기자들의 일상

하극상의 장, 기획회의
1404호의 기획회의는 지난달 28일 ERICA캠퍼스에서 진행됐다. 기획회의는 격주로 서울캠퍼스에서 한 번, ERICA캠퍼스에서 한 번 진행되며 이전 호에 대한 평가와 다음 호 기사 소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기획회의에서는 각 부서가 들고 온 소재에 대한 타 부서의 공격이 쏟아진다. 주로 시의성이 적절하지 않거나 식상한 소재를 들고 올 때다. 이번 호 회의에서는 문화부가 기획한 대담기사에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대담 대상자들과 어디에서 이야기할지, 진행은 누가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네요”,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진행 방향을 담아왔어야죠.”

직책이 낮은 기자들이 직책이 높은 기자들을 거세게 비판할 수 있는 기회는 기획회의에서 뿐이다. 직책이 높다고 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획회의에서 심건후 기자는 물 만난 고기처럼 국장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문화부의 부장이 공석이라 부장대행 역할을 국장이 수행하고 있었다. 국장의 표정이 어두웠다. “부글부글 끓지만 참죠. 기획회의에서 되로 받으면 데스킹(신문 교정 작업) 과정에서 말로 돌려줍니다.” 국장이 말했다. 기획회의가 끝나면 부서 회의를 거쳐 기획안을 수정한 뒤 다른 기자들에게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1404호 부서 별 취재과정
취재 과정은 각 부서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대학보도부(이하 대보부)는 학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로 다뤄 학교나 학생회 관계자와의 인터뷰가 많다. 그래서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 시간을 활용해 취재하는 편이다. 이번 호의 취재기간은 2주일, 첫 주를 취재기간으로 활용했다면 기사를 미리 써놓고 마음 편하게 마감을 기다렸을 터였다.

이희원 부장은 대보부에서 주로 기획기사를 맡는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접근하는 기획기사는 대보부 기사 중 가장 쓰기 어려운 편이다. 학교 관계자와의 인터뷰도 주로 이 부장이 담당한다. “배정은 기자나 심건후 기자를 빨리 키워서 기획기사 쓰게 해야 하는데 갈 길이 멀어요. 이번 호 기획기사도 공동으로 쓰기로 해놓고 슬그머니 발 빼더라고요. 앓느니 죽죠. 오늘도 밤새게 생겼네요.”

대보부 배정은 기자는 주로 머리기사를 다룬다. 주 업무는 학생회 임원들과의 인터뷰. 배 기자는 학생 기자의 입장에 대해 불만이 많다. “우리는 항상 을(乙)이에요. 시간도, 일정도 인터뷰 대상에 맞춰줘야 하죠.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에요.” 실제로 배 기자는 이번 호 인터뷰 일정이 갑자기 미뤄져 마감 당일에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아 그때그때 기사의 방향을 수정하는 일이 잦은 대보부와는 달리, 학술부는 기사를 미리 써 놓을 정도로 안정적인 성격을 지닌다. 학술부는 전예목 기자가 모든 기사를 담당하는 1인 부서 체제로 운영된다. 혼자서 기획과 취재, 기사작성의 전 과정을 담당하지만 신문사 내에서 학술부 운영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주에 실린 학술부 기사는 지난 겨울 방학에 기획이 통과된 소재다. “학술부에서 마감에 쫓겨 기사를 쓰는 일은 있을 수 없죠.” 전 기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문화부는 신문사에 들어온 수습기자라면 모두가 탐내는 부서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활동을 소재로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호에 실린 문화부 기사를 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금 국장은 “몸이 너무 아팠어요. 문화부 특성상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는 기사를 써야 하는데 이번 주는 그러지 못했습니다”라고 이번 주 기사의 배경을 밝혔다.

사진·미디어부(이하 사미부)는 기본 업무인 사진 촬영은 물론 본지 페이스북 계정과 공식 홈페이지 관리, 화보 사진 관리 등 신문 기사 작성 외적인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전면에 자신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묵묵히 뒤에서 다른 기자들을 지원하는 부서인 셈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사미부의 기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HUE에 실릴 인터뷰이 섭외다.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선뜻 응해주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취재하고 싶은 사람이 인터뷰를 거절하면 기사가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기획을 해갈 때 2안, 3안까지 해갑니다.” 사미부의 부장 대행 역할을 맡고 있는 김은영 부국장이 말했다.

이번 호에 실린 이창재 감독과의 인터뷰는 5월 9일에 이뤄졌다. 기사 마감일에 극적으로 인터뷰가 성사된 것이다. 사미부의 기자들은 인터뷰 대상의 일정에 맞춰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수업에 자주 빠진다. ERICA캠퍼스에 재학 중인 김 부국장은 이번 호 인터뷰를 위해 금요일 수업에 빠지고 오전부터 서울로 올라왔다. “덕분에 학점은 말아먹었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김 부국장은 애써 씩씩하게 말했다.

이번 호 1면에 실린 사진은 사미부 이윤수 기자의 작품이다. 이번 사진은 아이디어 회의만 수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본지의 얼굴이 되는 사진이기에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 이 기자의 설명이었다. 이 기자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부터, 그 아이디어를 신문사 식구들에게 설득하는 과정, 장소 및 아이템 섭외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 기자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지는 않다며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평가가 나올지 기대된다며 웃었다.

마감은 전투다
5월 9일 오후 7시, 한대신문의 기자들은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5층에 위치한 한대신문사에 모였다. 기사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짧은 마감회의를 거친 뒤 기사에 대한 데스킹을 받았다. 최종 단계는 국장의 데스킹이다. 자신의 모든 기사가 국장의 데스킹을 통과하면 토요일 조판(원고를 신문 지면에 옮기는 일) 전까지 쪽잠을 잔다. 기사를 모두 마무리하면 먼저 잘 수 있기 때문에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기사를 수정했다. 물론, 데스크(신문사에서 기사의 취재와 편집을 지휘하는 사람)는 모든 기사의 데스킹이 마무리될 때까지 잘 수 없다. 직책이 높을수록 수면 부족에 허덕이는 이유다.

마감 당일, 기자들은 실없는 소리에 킬킬대며 웃다가 별안간 버럭 화를 내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 국장의 말에는 기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금 국장이 기자들을 다루는 비결은 간단했다. 금 국장은 신문사의 분위기가 처질 때 조건을 걸어 야식을 사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먹어야 힘이 난다는 것이 평소 금 국장의 지론이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은 대체로 통통한 체형을 유지했다. 기자들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끊임없이 먹었다. 배 기자는 “먹을 때가 제일 좋아”라며 배시시 웃었다. 금 국장은 기자들을 ‘사육’하고 있는 듯했다. 새벽이 되자 기자들은 하나둘 자신의 기사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신문 편집의 꽃, 조판
다음 날 오전 11시, 기자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앉았다. 토요일에는 구상한 신문 틀에 맞춰 기사를 배열하고 오·탈자를 찾는 작업을 진행한다. 인 디자인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조판하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 지면을 확인하는 기자를 인디공이라 부른다. 인디공은 자신에게 할당된 지면을 기자의 요구에 따라 수정했다. 토요일은 본지 발간을 책임지는 디자인 회사 ‘나눔’과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

오전 11시부터 기자들은 나눔과 끊임없이 전화하며 지면을 수정했다. 약 한 시간 후 조판과정이 소강상태에 이르는 데, 이때의 한 시간이 토요일 중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나눔도 신문사의 기자들도 점심을 먹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날도 음식 앞에서 놀랄만한 집중력을 보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배 기자는 식사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겁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누군가 신문사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기자들이 뛰쳐나가 인사를 했다. 간사와 주간 교수였다. 정오 즈음에는 간사와 주간 교수가 출근한다. 이들은 신문의 전반적인 흐름과 기사의 방향, 오·탈자를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사에 큰 문제가 없다면 기자의 기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한 면에 실린 모든 기사가 간사와 주간 교수의 확인을 받으면 최종 지면을 나눔 측에 전달한다. 그 후 나눔은 최종 지면을 인쇄소에 전달하는데, 지면은 인쇄소에서 신문으로 만들어져 최종적으로 배포된다.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지요
조판 과정이 끝나고 1404호에 대한 평가회의를 진행하면 신문사의 한 주가 끝난다. 평가회의 이후 기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밥을 먹고 가자는 금 국장의 제안에 배 기자가 환한 미소로 답했지만 다른 기자들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피곤에 절어 밥보다는 휴식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집에서 늘어지게 잘 것을 다짐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지하철로 옮겼다. 기자들에게 주어진 휴식은 토요일 저녁의 짧은 시간뿐이다. 일요일에는 1405호의 기사 소재를 찾아 나설 터였다. 기자들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쩐지, 아련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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