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오염물은 내가 잡는다
방사성 오염물은 내가 잡는다
  • 정민정 기자
  • 승인 2014.05.10
  • 호수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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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체의 일등공신, 제염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됐다. 대기와 해양으로 누출된 방사능은 지금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원전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해체 시에도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전 해체는 절단, 제염, 포장, 처분의 4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이 중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단계는 제염이다. 제염은 원전 시설의 방사성 물질과 기타 유해 오염물질의 제거나 저감을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전상환<기초융합교육원> 교수는 제염의 중요성에 대해 “원전 폐기물을 200L 드럼통에 넣어 처분한다고 할 때, 드럼통 하나 당 1500만 원의 처리 비용이 든다” 며 “제염을 통해 설비 표면에 묻은 오염물질만 분리해서 처리하면 처분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설비 또한 재활용할 수 있어 원전 해체 시 제염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염법의 종류와 장·단점
제염을 시행하는 방법은 크게 △건식 제염법 △습식 제염법 △용융 제염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건식 제염법은 물리적으로 오염을 떼어 내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스트리퍼블 코팅(Strippable Coating)이 있는데 오염 표면에 코팅제를 바르고 건조됐을 때 떼어내면서 오염물까지 같이 제거하는 방법이다. 건식 제염법은 거의 모든 재질의 표면에 적용할 수 있으나 대상물에 제염 장비가 접근할 수 있어야 제염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습식 제염법은 제염성이 있는 액체 용액을 이용해 오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화학적 제염법이 있는데, 제염 효과가 있는 화학 용액을 오염 부위에 발라 금속 표면의 용해를 통해 오염층을 제거한다. 이 방법은 접근이 어려운 부분도 제염할 수 있으나 많은 양의 2차 액체 폐기물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용융 제염법은 폐기할 금속재 설비를 용융한 뒤 금속을 녹여 주형에 넣고 굳힌 형태인 잉곳(ingot)으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설비를 용융시키면 휘발성 오염물은 날아가고 남은 오염물은 용융물에 균질하게 분포돼 고착된다. 고착되지 않은 오염물은 용융물 위에 뜨거나 침전되는 찌꺼기인 슬래그에 들어가 오염이 더는 확산되지 않는다.

전 교수는 용융 제염법에 대해 “복잡한 설비를 간단한 잉곳으로 만들어 처분 부피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오염물 규제 기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휘발성 오염물의 확산 위험을 고려하여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한양대가 개발한 ‘플라즈마 제염 기술’
건식과 습식의 단점을 보완한 제염법 건식의 장점과 습식의 장점을 모두 가진 제염법이 있다. 바로 지난 2004년 김용수<공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개발해 제2회 국가녹색기술대상을 수상한 ‘플라즈마 제염 기술’이다.

▲ <그림 01> 플라즈마 제염법의 과정 (출처:에이치앤에너태크)

플라즈마 제염 기술은 건식 기술로 2차 폐기물 발생량이 매우 적은 친환경적인 기술이면서도 습식 기술의 화학 공정을 이용해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플라즈마 제염 과정은 <그림 01>에서 보듯이 오염 물질과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원소를 함유한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다음 플라즈마는 특정 오염 물질에 부착해 불소화합물 또는 카보닐화합물을 형성한다. 이 화합물들은 휘발성 물질로 매우 잘 기화돼 필터링을 통해 쉽게 제거된다.

제염이 완료된 후에는 대상물을 용융시켜 잔류하는 내부 오염물을 잉곳 내부로 균일하게 퍼뜨려 고착시키고 처분 부피를 줄인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방사성 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기 손상이 없는 고효율 제염으로 설비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전 교수는 “플라즈마 제염 기술은 다량의 2차 폐기물이 발생하는 습식 제염법과 제염 효율이 낮은 건식 제염법의 단점을 모두 해결한 것”이라며 “교내에 협력 기업인 (주)에이치앤에너테크가 설립돼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움: 전상환<기초·융합교육원> 교수
참고 :보고서 「플라즈마 제염 기술」 보고서 「해체 원자력발전소의 금속폐기물 제염 및 재활용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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