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있다 없으니까
니가 있다 없으니까
  • 김지수 기자
  • 승인 2014.04.28
  • 호수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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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니가 있다 없으니까 웃을 수가 없어
곁에 없으니까 망가져만 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난 난 이제 기댈 곳 조차 없어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 가사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일주일을 살았던 기자에게 이렇게 심정을 잘 대변해주는 노래가 또 있을까. 이번 기획회의에서 ‘스마트폰 없이 일주일을 살아보고 르포기사를 작성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사냐며 불가능하다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추가로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PC버전도 함께 금지한다는 제한이었다. 본지 기자는 약 1년 6개월 전 스마트폰을 처음 장만했다. 그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해왔다. 스마트폰 자가진단의 결과 ‘중독 초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에게 ‘스마트폰 일주일 없이 살기’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DAY 1   
월요일 오후 10시, 회의가 끝나고 다른 기자에게 스마트폰을 맡겼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10분도 채 되지 않아 스마트폰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스마트폰으로 교통카드 결제기능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증에 ‘T머니’를 충전하고 지하철에 탔다. 같은 칸에 탄 사람 중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집에 가는 길에 보던 것이 사라지니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맞은편 사람의 신발만 쳐다봤다. 허전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해서 잘 준비를 하고 오랜만에 자명종 시계로 알람을 맞추고 누웠다. 평소 같으면 누워서 스마트폰을 했겠지만 금방 잠들 수 있었다.

DAY 2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스마트폰 모닝콜 기능이 없어서 긴장한 탓인지 아침에 계속 눈이 떠져 피곤했다. 당장 오늘 아침 수업 시간표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로 출발했다. 스마트폰 없이 집을 나서는데 뭔가 두고 온 것 같이 마음이 허전했다. 이런 불안함과 허전함은 온종일 계속됐고 마음이 불편하니 모든 일에 의욕을 잃었다. 

DAY 3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거울을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찾았지만, 곧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과 연락이 힘드니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나중에 직접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대방도 나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들 “스마트폰 없이 어떻게 살아?”라는 반응이다.

DAY 4
허전함과 불안함은 줄었지만 어플리케이션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고 그리웠다. 보통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를 보는데 두 가지를 다 못한다. 하필이면 오늘 비가 왔는데 우산이 없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오랜만에 공부하려고 마음먹고 책을 폈는데 모르는 영어 단어 하나가 자꾸 반복됐다.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금방 찾아봤겠지만, 그냥 모르는 채로 넘어가기로 했다. 카드를 쓰더라도 카드의 잔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많이 의존해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DAY 5
약 8년 전부터 핸드폰을 사용한 이래로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조차 외워본 적이 없다. 친구의 번호를 책 어딘가에 메모해 놓았는데 어디에 메모를 해둔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를 찾기 위해 직접 학교를 돌아다녀야 했다. 보통 중요한 내용이나 일정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는 편이다. 스마트폰 대신 종이에 메모하면 메모한 종이가 어떤 종이였는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꼭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또 잊어버릴까 걱정돼 손바닥에 써 놓아야 했다.

DAY 6
아침에 스마트폰이 없이 집에서 나오는 것에 드디어 적응된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면서 메신저를 하며 등교하는 대신 책을 읽거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스마트폰을 쓰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적어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정말 스마트폰이 없으니 자투리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똑똑해진 기분이다.   

DAY 7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가끔 느끼는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이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동안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콘센트를 찾아다니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되고 그동안 몰랐던 스스로의 집중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종일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후기
일주일 만에 스마트폰을 켰다. 2000통이 넘게 쌓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고, 일주일 동안 업데이트된 페이스북을 보고,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콘센트 있는 자리를 찾던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면서 사용을 자제하자고 느꼈지만, 또다시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만지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없이 일주일을 보낸 소감은 역설적이게도 ‘자유롭지 않지만 자유롭다’였다. 간단한 터치 한 번으로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정보와 편의를 자유롭게 누려왔다. 하지만 멍하니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볼 때 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게 되니 무언가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상대방의 수신 여부를 확인하는 ‘카카오톡의 1’이나 ‘5% 남은 배터리’가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태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편의에 갇혀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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