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이상, 현실적 목적 두 바퀴로 움직이는 대학
교육적 이상, 현실적 목적 두 바퀴로 움직이는 대학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4.06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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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우리는 대학에 왜 가는가」와 같이 대학 본연의 설립 목적과 근거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대학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현 대학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중세 대학의 형성원인을 추적하고 우리나라 대학이 나갈 방향을 찾아보자.

대학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우리가 논의할 대학의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문명이 시작되고 난 뒤 다양한 고등교육기관이 나타났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자감, 성균관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은 본 기사에서 논의할 대상은 아니다. 크리스토프 샤를<리옹 3대학 사학과> 교수는 「대학의 역사」에서 “특정한 과목들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선생들과 학생들이 모인 자율적인 공동체라는 정밀한 의미를 대학에 부여한다면, 이 제도는 13세기 초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에서 태어난 서구문명의 특정한 창조물이 될 것이다”라고 현재의 대학을 정의했다. 본 기사에서도 이 정의와 일치하는 대학에 대해서만 다룰 것이다.

대학의 형성원인 ① 교육적 이상
대학의 형성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교육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대학이 형성됐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대학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대학이 교육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형성됐다는 주장은 대학이 전문적 직업훈련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교육기관들이나 직업 훈련원들은 역사 속에서 나타나거나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오래 동안 지속한 경우가 드물다.

반면에 대학은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존속해 올 수 있었다. 이 입장에서는 대학의 존속 이유를  진리를 향한 바람(desire for trurth)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대학의 위기를 거론하는 주요 근거도 바로 이런 근본정신과 대학이 멀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의 발생을 순수한 학문의 사랑(amour sciendi)이라 보는 입장의 근거는 중세 최초의 대학이라고 불리는 볼로냐 대학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볼로냐 대학은 법학연구로 명성이 높았는데 이를 법의 실용적 목적(법을 생활에 이용하거나 직업을 구하는 데 사용)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의 사학자인 그룬트만(H. Grumdmann)은 볼로냐 대학 법학 연구의 기본 교재인 「유스티니아누스법전」은 양이 많고 난해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법과 다른 법을 다루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 동기가 실용적인 목적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학은 현실적인 이득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대학의 독립과 자율을 위해 중세 대학 운영의 큰 후원자였던 교회의 지원을 뿌리쳤고 대학의 자율을 침해하는 도시를 떠나 다른 곳에 대학을 세웠다.

▲ 중세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우리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 별반 다르지 않았다.
②실용적 목적
다음으로 대학이 경제적인 동기, 기존 체제유지와 정부나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얻기 위해 태어났다고 보는 주장이 있다. 이는 대학 출현의 성격을 체제 유지를 위한 지배계층의 이익 대변기구로 보는 것이다. 대학은 사실상 그들의 지배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세 대학의 설립에 큰 도움을 주었던 교회도 대학을 교회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한 측면이 있다. 교회에 충성스러운 일꾼을 만들어 내고 자신들의 교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대학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학이 ‘지식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실천하는데 더 불편한 공간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클라센<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대학의 역사」에서 “‘지식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라면 파리 대학보다 오히려 수도원에서, 더 나아가 사르트르와 같은 성당학교에서 더 순수하게 실현될 수 있었다”고 말해 대학의 설립 목적이 단순히 학문에 대한 사랑으로만 볼 수 없음을 지적했다.

③ 절충한 주장
대학의 성립 목적이 교육적 이상과 실용적 목적 둘 다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학문에 대한 사랑과 함께 직업적 훈련 역시 현실적으로 요구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이 두 목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 의해 오랜 역사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세 대학은 먼저 순수학문을 학생에게 교육했다. 이런 교육을 마친 후에는 법률·의학·신학과 같이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게 했다. 즉 중세 대학은 순수 학문적인 추구와 현실적인 요구를 동시에 갖추려 했던 것이다. 클라센<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대학의 역사」에서 “처음부터 교육은 두 갈등, 즉 순수한 진리 추구와 훈련을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 이익 추구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진행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해 원래 교육기관은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대학의 발생원인을 이상적인 측면이나 실용적 측면에 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생과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다는 주장이 있다. 이석우<경희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대학의 역사」에서 “중세 대학 초기에는 지적 사랑의 동기, 교육적 이상(educational ideal)을 구현하려는 열정이 더 앞섰을 것이며 중세 후기로 가는 과정에서 직업적 훈련과 같은 전문적 분야를 익혀야 하는 목표가 더 중시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참고: 「대학의 역사」, 크리스토프 샤를 「대학의 역사」, 이석우「대학의 역사」, 이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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