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 ‘로봇’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 ‘로봇’
  • 이윤수 기자
  • 승인 2014.04.06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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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박사 한재권 씨

한재권 씨는 로봇을 연구하고 직접 만드는 사람이다. 현재는 ‘로보티즈’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회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교육용 로봇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왔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일반인 신분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자리는 단순히 그의 로봇 사랑이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로봇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아픈 동생을 위한 기계를 만들겠다는 그의 작은 소망이었다. 자그만 꿈으로 시작해  로봇 박사가 된 지금, 그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한대신문(이하 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재권 씨(이하 권): 어릴 적부터 주로 기계 다루는 것에 흥미가 있었죠. 한번은 중학생 때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직접 기계를 보고 만진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장에 갔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동생 때문에 결정적으로 로봇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거죠. 

한: 그럼 어릴 적부터 계속 로봇에 관한 꿈을 꿔왔던 건가요?
권: 네, 대학에 입학할 때도 당연히 기계공학과를 갔어요. 그런데 막상 졸업할 시기가 닥치니까 두려웠어요. 저도 그냥 남들과 같은 무리 중에 하나였던 거죠.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감이 안 잡혔어요. 그때 당시 국내에는 대부분 초기 단계의 회사들이 즐비했거든요.

결국, 저도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에 지원해서 입사했죠. 그렇게 들어간 회사인데 회의감이 강하게 들었어요. ‘내가 원하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생각 끝에 그날로 그냥 회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한: 본인이 고민에 대해 주위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권: 물론 주변의 만류도 많았어요. 특히 부모님은 “기껏 대기업 공채로 들어갔는데 왜 나오느냐, 그럼 앞으로 뭐 할 거냐?”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셨죠. 부모님뿐만 아니라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줬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그들에게 힘주어 말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진짜 이게 내 인생이고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다”고요. 사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작은 장애물 중 하나일 뿐이에요.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들은 거침없어요. 

항상 로봇과 함께해온 생활
한: 결심을 한 이후에 로봇 공부를 어떻게 했나요?
권: 한국에는 로봇과 관련된 교육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려 했어요. 그런데 유학을 가기 위해 공부만 하다 보니까, 금세 통장 잔액이 바닥났어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고 찾은 곳이 지금의 ‘로보티즈’에요. 제가 처음 로보티즈에 찾아갔을 때는 10명도 안 되는 직원들이 일하는 조그만 회사였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시장에 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며 감명을 받았어요. 저는 공부를 병행하며 로보티즈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어느 날, 사장님이 저랑 비슷한 사람이 있다며 ‘데니스 홍’ 교수님을 소개했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사람이 나랑 궁합이 딱 맞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그때 당시 저는 로봇으로 유명한 코넬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홍 교수님을 따라 버지니아 공대 연구실에 들어가 함께 로봇 연구를 시작했어요.

▲ 한재권 씨가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입학을 포기하고 연구실에 들어간 후,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데, 힘든 일은 없었나요?
권: 도착한 연구실은 생각보다는 안 좋은 시설이었죠. 학교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 창문 하나 없는 지하실에 로봇 만드는 기계가 하나 달랑 놓여있었어요. 게다가 학생들도 많지 않았고요. 천운의 꿈을 안고 미국에 갔는데 오히려 한국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던 거죠. 그래도 그곳에서 일했던 시절이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러 외국에 와서 함께 뜻이 맞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한: 연구실에 들어가 드디어 기대하던 로봇을 만들게 된 건가요?
권: 네, 다양한 시도를 했죠. 거기서 만든 로봇만 해도 종류별로 7~8대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2011년에 참가했던 로보컵 대회는 잊을 수가 없어요. 로보컵 대회는 40개국에서 로봇 좀 한다는 사람들 3000 여명 정도가 모여서 자신들이 만든 로봇들로 인공지능 축구대회를 하는 거예요. 대회를 위해 몇 년을 준비했는데 결국 2011년 우승을 하게 됐어요. 정말 그때 그 희열과 감동은 잊을 수 없어요.

한: 대회 중 어느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권: 4강전이었어요. 상대는 전년도 챔피언 독일 팀이었어요. 모두들 당연히 우리 팀의 패배를 예상했죠. 물론 처음 경기내용은 예상했던 것과 같이 끌려가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독일 팀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죠. 운인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제 로봇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능력을 발휘했어요. 물론 결승에 진출한 것도 기쁘지만, 내 로봇이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했다는 점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한: 요즘 부쩍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는데요. 이런 인식이 과거와 어떤 점에서 달라진 것 같나요?
권: 어떤 현상이 달라진 것보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 로봇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먼 미래의 이야기, 언젠간 오겠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로봇도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로봇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로봇의 저변이 많이 늘어난 거죠. 덧붙여 로봇회사들이 활성화되면서 상품화된 로봇도 확 늘어났고 ,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국내 로봇 회사도 많아져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꿈을 찾고, 미래를 말하다.
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 대부분 학생들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그냥 따라 하는 것 같아요. 쉽게 잘리지 않는 곳, 무난하게 월급 받을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어 하죠. 원인을 생각해보면 정작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학생들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무모한 선택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미래에는 하나의 큰 경험이고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박사님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권: 최종적으로는 사람과 거의 흡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게 제 목표에요. 외형도 사람을 닮고, 모든 일을 사람처럼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이 아닌, 소울메이트같은 로봇을 만드는 거예요. 미래에 1인 1로봇을 실현해서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 모든 사람이 로봇으로 인해 행복해 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어렸을 적 처음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 꿈이 현실이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은영 기자 young54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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