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대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 박기수 <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승인 2014.04.01
  • 호수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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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분주한 봄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캠퍼스에서는 새싹보다 새내기들이 봄을 먼저 만든다. 연구실을 찾는 새내기들의 눈에는 불안과 기대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새내기들 면담을 진행하는 사이사이 휴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복학생들이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어학연수, 학비마련, 소망하는 분야의 현장 실무, 입대 등의 다양한 이유로 휴학을 했던 그들의 얼굴에서는 불안과 자부가 또 뒤섞여있다. 새내기에서부터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럽지 않은 대학생이 없다. 혼란스럽다는 것은 아직 찾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그것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가치가 내 안에서 갈등하고 숙성되는 과정을 우리는 성장이라 부르지 않던가?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성장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활 동안 자신의 정체에 대한 탐구나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자신에 대한 탐구와 고민 없이 세계와의 조화나 화해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공인영어성적, 자격증, 취업용 스펙들로써는 그것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은 세계에 대한 관심과 배려 없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가치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작게는 주변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없이, 크게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조그만 관심도 없이 도서관에 앉아 수험서에만 파묻혀 있어서는 결코 세상을 열 수가 없다.

대학생을 지성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현재의 지배적인 삶 전반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재적 삶을 지배함으로써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기며 자연스럽게 수납하는 신화(myth)의 허구성과 폭력성을 드러내고, 실천을 통해서 붕괴시키는 첨병이 대학생이다. 그러니 대학생들의 문화가 살지 않고서 그 나라 문화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88만원세대, 취업 스펙 등의 협박과 강요로 지금 이곳의 대학생들을 호명(interpellation)함으로써 우리들의 창조적 저항을 원천적으로 거세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연속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그것들의 답 속에서 자신의 삶을 견인할 가치를 찾아보자. 그 가치를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발현할 것인지 고민해보자.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없다 해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숙고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을 좀 더 가치 있는 형태로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은 무엇으로 사는가? 단언컨대 그들은 모두가 자연스럽게 수납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신화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며, 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나를 성찰하고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일 것이다.

다만 그 성찰과 탐구는 열린 자세로 세계와 소통할 때 가능한 일일 것이고, 지속적인 독서와 사고를 통해 깊이와 넓이를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봄은 오는 것이 아니고 만드는 것이다. 이 가파른 봄, 스스로 성찰하고 주변에 관심을 갖는 봄맞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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