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응원문화, 돈벌이로 전락
월드컵 응원문화, 돈벌이로 전락
  • 한대신문
  • 승인 2006.04.30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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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박 노린 기업들, 앞 다퉈 응원문화 광고물에 악용
일러스트 송예나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
2002년 여름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던 그 함성을 잊은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한 장소에 모여 대규모 응원을 펼쳤다. 그 힘을 입어서인지 한국은 4강 진출이라는 기적적인 결과를 낳았고, 기적적인 성적이 낳은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이 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부터 기업들은 앞 다퉈 월드컵을 겨냥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윤을 최대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월드컵이라는 ‘대박’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하지만 최근 여러 기업들이 내놓은 월드컵관련 광고나 마케팅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서울시가 시청 앞 광장의 2006 독일 월드컵 응원행사 주최권을 에스케이 텔레콤에게 넘겨 상업성 논란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월드컵 때와는 달리 2006 독일월드컵에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미지에 맞춰 공식 응원티나 공식 응원가, 그리고 그에 걸맞는 율동까지 선보이고 있다.

응원하기에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 많이 생긴 것이다. 박보람<언정대·신문방송정보사회학부 06>은 “응원의 본질은 자발성인데, 기업에서는 억지로 응원 따라하기를 강요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케이 텔레콤은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와 손잡고 ‘대~한민국’ 응원 익히기 광고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공식 스폰서는 케이티에프였다. 그러나 공식스폰서가 아닌 에스케이 텔레콤은 절묘한 마케팅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두어 들였다. 이번에도 에스케이 텔레콤은 가수 윤도현이 애국가를 록 버전으로 부르는 광고를 제작해 방영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애국가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편, 케이티에프 광고에서는 ‘국민 배우’ 안성기가 영화배우 김수로가 히트시킨 꼭지점 댄스를 추고, 그 뒤에서 구보하던 군인들까지 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타난다. 마치 월드컵 응원을 하려면 꼭지점 댄스를 춰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로 몰고 간다. 하지만 이 춤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들은 선뜻 따라하기 힘든 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승현<생체대·생활스포츠학부>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월드컵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순수한 월드컵의 본질을 잃고 너무 상업적으로만 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들의 마케팅에 대한 상업성 논란이 어느 정도까지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팀은 관중들의 돈만으로는 부족해서, 다른 기업들의 지원을 더 받아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멋진 경기를 선사한다. 이렇게 된다면 관중들은 멋진 경기를 봐서 좋고, 기업들은 홍보 효과를 봐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이 되는 것이다.
월드컵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지름길은 자발적인 응원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종현<언정대·신문방송정보사회학부 06>은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이번에도 친구들과 함께 대형 운동장이나 거리로 나가 우리나라를 응원할 것”이라며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응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응원이야 말로 진정으로 온 국민이 원하는 응원이 될 것이다.

장형수 기자
oopshuk@i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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