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우 교수 “모병제 논의,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이권우 교수 “모병제 논의,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3.08
  • 호수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김두관 후보가 모병제를 제의해 다시 한번 병역제도와 관련한 논의가 불거졌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이 논의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병역제도에 대한 마이클 샌델과 이권우<기초·융합교육원> 교수의 관점을 함께 살펴보자.

징병제,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징병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먼저 대체근무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인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병역 대체 근무를 제시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을 전과자로 내몬다.

다음으로 징병제로 뽑은 군사는 일반적으로 충성심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병역제도의 도덕적 문제를 우리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 교수는 “스스로 원해서 군대에 지원한 병사와 그렇지 않은 군사의 사기와 충성심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자원해서 가는 해병대의 사기가 다른 부대에 비해 매우 높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징병제는 개인의 자발적 교환을 금지한다. 군대를 가고 싶은 사람은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의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교환행위를 하면 서로 최대의 행복을 성취하게 된다. 하지만 징병제는 이런 교환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므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샌델은 더 나아가 징병제가 강제성을 띤 일종의 노예제라고 주장한다. 국가가 시민을 소유함으로써 멋대로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또 대다수 시민이 원치 않는 전쟁이 국가에 의해 수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병제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은 모병제 전환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모병제 하에 발생한 거래는 진정한 자유에서 나오는 거래행위가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서울역 지하철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과연 아파트보다 지하철 역이 더 좋아서 자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노숙을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보기 보다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옳다.

마이클 샌델은 모병제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회 하부 계층이 여러 복지 혜택 때문에 모병제하 군대에 지원하는 것이지 군대가 좋아 복무를 한다고 보기 힘들다. 겉으로는 징집으로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실제로는 ‘경제적 징집’인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마이클 샌델의 견해도 편협한 것이다. 그는 병역제도 문제를 단순히 도덕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마이클 샌델이 말한 병역제도에 대한 논의는 교과서적이고 원론적이다”며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시각에서 병역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병역제도의 문제는 남북한 간 군사 문제와 직결된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은 현실적이지 않다. 징병제는 국민을 값싸게 징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모병제로의 전환은 병사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군사 수의 감소를 가져온다. 따라서 남북한이 동시에 군비축소를 하지 않는 이상 모병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특히 우리나라의 보통 국민들이 ‘병력수=군사력’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병제로 바꾸기는 더욱 힘들다”며 “모병제를 하게 되면 현재의 군사수인 60만 대군을 모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모병제에 대한 시민의 동의를 얻기가 상당히 힘들다.

남북한 관계만이 모병제 전환의 걸림돌이 아니다. 동북아시아 국제정세도 모병제의 제약이 된다. 중국은 군사대국화를 내세우고 있고,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국제 정치 상황에서 실질적 군비축소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는 모병제로의 전환은 힘들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오피니언 리더나 사회 고위 계층의 도덕적 해이를 들 수 있다. 현재도 사회 고위 계층의 병역회피로 인해 완전히 평등하다고 보기 힘든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은 시민들의 합의를 구하기 쉽지 않다. 징병제에서도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데 모병제에서 지킬 일이 만무하다. 모병제가 되면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군대는 마이클 샌델이 말한 것처럼 가난한 자들의 군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움: 이권우<기초·융합교육원> 교수
참고: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