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같은 뜻을 가지고 패를 이룬 무리
동아리, 같은 뜻을 가지고 패를 이룬 무리
  • 한대신문
  • 승인 2006.04.30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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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대학생으로 다소 충격적인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대학교 신입생들의 동아리 가입 경향에 대한 기사였는데 신입생들이 취업을 염두해 영화, 연극, 만화 등의 순수취미동아리보다 영어, 컴퓨터, 봉사 등에 관련된 동아리를 선호한다는 기사였다. 요즘은 동아리라는 존재가 취미활동이 아닌 취업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5년여의 시간을 동아리와 함께해온 입장에서 요즘 신입생을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현재 대학들은 입학지원율과 명성을 위해 졸업자들이 더 많이 대기업으로 취업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학생들이 대기업들의 요구를 만족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과정이나 인증제를 도입하여 수료하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빡빡하게 ‘짜여진’ 교육과정에 발맞추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미루어 신입생들에게 과 이외의 동아리라는 것은 ‘추가적인 취업에 관련된 팁이나 인맥의 확보를 위한 정기모임’이상의 의미를 지니진 못하는 것도 당연지사일지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이 동아리라는 것을 취업의 장애물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 생각된다.

영화동아리로 활동 중인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동아리 내에서 활동적이었던 이들이 사회로 진출한 후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간혹 영화계로 진출한 이들도 종종 보아왔다. 본인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과에서는 얻지 못했을 영화적 경험이나 열정을 체득하였고 과거에 비해 사교적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더불어 자칫 좁아질 수 있었던 진로에 대한 시야도 넓혀 다양한 방향으로의 진출을 모색할 기회도 얻게 되었다.

동아리란 원래 ‘같은 뜻을 가지고 패를 이룬 무리’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그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공식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떠나 누구나가 ‘뜻’이 같다면 모여서 작은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동아리인 것이다.

곧, 우리가 가까운 곳에서 이미 ‘가입’했고 활동을 이어왔던 집단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친구들’ 이라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진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일 수도 있고, 대학생활의 ‘로망’일 수도 있으며, 넓은 인간관계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구도 동아리 가입이나 가입 후의 활동이 적극적이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위에서 말한 경험을 토로해 ‘권유하고 싶은 활동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문두에 언급한 기사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선의의 권유조차 학생스스로 묵살하게 한다. 또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다들 그러하다는 분위기를 조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생각들이 별 여과 없이 대대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한탄스럽다. 

지금 우리는 자본이 지배하는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취업을 중시하는 세태가 학생들의 동아리활동에 대한 자율을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야한다. 취업 취업 노래를 부르며 자본의 뒤꽁무늬를 좇기보단 동아리 활동이 가진 장점들에 대해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용출 <공학대·기계공학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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