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마을
성미산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마을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11.23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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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리뷰
올해로 서울살이가 2년째인 기자는 이렇게 큰 도시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동네’라고 하는지가 궁금했다.‘같은 아파트 주민’이라는 말보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곳이 있을까, 하는 막연한 호기심. 그러나 그저 생각에서 그쳤을 뿐 실제로 사례를 찾아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보게 된 영화 <성미산 마을>은 단순한 궁금증을 도시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바꿔주는 계기가 됐다.

이 영화는 마포구 일대의 성미산 마을에서 생긴 일들을 다큐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마을에서 ‘맥가이버’로 불리는 강석필씨가 감독, ‘호호’라는 별명의 홍형숙씨가 PD로 나서 5년 동안 카메라에 마을을 담았다.

기자는 <춤추는 숲>이 한창 상영 중이던 지난 6월 광화문에 있는 독립영화 전용극장 ‘인디스페이스’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가 시작하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헬리캠(헬리콥터를 이용해 고공에서 찍는 카메라)’으로 촬영한 오프닝 장면이었다. 마을 전경을 상공에서 내려 보는 화면은 3D영화의 오프닝을 보는 듯했다. 독립 영화인 다큐멘터리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세련된 편집에 감탄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마을의 위기는 홍익재단이 성미산을 깎고 초등학교를 지을 것이라는 발표에서부터 시작된다. 강 감독이 제작노트에서 “마을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다큐를 찍으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마을의 투쟁기를 찍게 됐다”라고 밝혔을 정도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성미산을 생태 공원으로 유지하기 위해 포클레인, 전기톱, 중장비들에 맞서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숲에 텐트를 치고 농성하며 개발을 반대한다. 밤낮없이 텐트를 지키고, 전기톱에 잘려나가는 나무를 부둥켜안고 버티기도 한다.

이런 물리적인 저항의 성과가 잘 보이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지역 의원에 성미산 지킴이가 출마하고,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100인의 합창단도 만들어 공연을 준비한다. 모두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노력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 의원 후보는 당선에 실패했고 합창단 공연을 앞둔 어느 날 초등학교 건설 최종 허가가 통과된다.

사실 처음에는 생업을 내려놓고, 건강까지 잃어가며 하나의 목적을 위해 싸우는 마을 사람들의 심정에 잘 동조가 되지 않았다.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등장하는 철거민들의 상황과 달리 숲은 마을 사람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에는 숲은 더 커다란 의미의 집이며 생계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

영화에서 성미산 마을에 사는 아홉 살 형석이는 뿌리가 드러난 나무에 흙을 덮으며 말한다. “생명엔 주인이 없잖아요, 그러고도 진다면 돈에 진거죠” 초등학생이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힘, 함께 자라는 마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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