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가까워 지려는 남자
신에 가까워 지려는 남자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3.11.16
  • 호수 1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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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영호

스타크래프트 게임(이하 스타)에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름, ‘갓영호’. 스타를 거의 신에 가깝게 잘한다는 뜻에서 이영호 선수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과연 별명처럼 그는 신과 같은 천재적인 프로게이머일까. 이영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은 언제라도 이길 수 있다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노력하는 프로게이머입니다.”

“프로라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죠”
한대신문(이하 한): 10월 중순에 마지막 경기를 치른 이후,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영호 프로게이머(이하 이): 프로게이머도 한 시즌이 끝나면 다른 스포츠 선수처럼 쉬는 기간을 가져요. 저는 오랜만에 집에도 다녀오고, 못 보던 사람들도 만나며 쉬고 있어요.
한: 이영호 선수의 게임 운영 방식은 탄탄한 수비가 특징인데 경쟁자로 여겨지는 이제동 선수의 공격적인 운영과는 다른 방식이잖아요. 그런 방식에 대해 어떤 팬들은 심심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그런 말을 듣기도 해요. 제가 사용하는 테란은 수비가 강세인 종족이죠. 그래서 수비로 콘셉트를 잡다 보니까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원래 공격하는 걸 좋아해요. 축구도 공격수밖에 안 해요. 하지만 테란이란 종족이 이기려면 어쩔 수 없이 수비를 강화하는 편이 유리해요. 이제동 선수가 사용하는 저그 종족은 공격이 특화된 종족이에요.
한: 프로게이머가 경기하면서 지는 경우도 이길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영호 선수는 지더라도 금세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성적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일단 저는 지는 걸 정말 싫어해요. 그래서 한 번 지면 연습을 더 몇 배로 해요. 연습량이 바탕이 되니까 한번 지더라도 다음에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한: 게임이 이영호 선수에겐 좋아하는 취미를 넘어 일이기도 한데, 너무 자주 하다 보면 지루해지진 않나요?
이: 당연히 그럴 때도 있죠. 그래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해요. 힘들어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쉬지 않고 그냥 해요.
한: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움직이는 건가요?
이: 이겨야 하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 보다는 이겨야 하니까.
한: 그 생각 하나만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이: 음, 승부욕이 강한 건 사실이에요. 이 세상에 승부욕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제가 유독 그게 강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또 일단 프로니까요. 프로라면 당연히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해야죠. 일반 사람들은 꼭 승리에 대해 유달리 생각하지 않아도 될지 몰라요. 하지만 저희는 일단 이겨야 하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프로는 접어야 해요.
한: 항상 승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프로게이머란 지위가 부담스럽진 않나요?
이: 그게 부담스러웠으면 이 직업을 선택 안 했죠. 이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항상 무슨 일을 해도 몇 수까지 생각하고 움직여요.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직업이 좋은 점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 봤고 힘든 것이 있다면 제가 극복할 수 있는지도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해 온 터라, 그런 것에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 결정을 할 때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 오히려 실행하기 힘들 때도 있지 않나요?
이: 네,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나아요.

“제가 만족하지 않는 한 은퇴는 없을 겁니다”
한: 중학생 때 프로게이머에 데뷔했기 때문에 이후 정규 교육 과정을 밟지 못했잖아요. 이로 인해 아쉬운 점은 없나요?
이: 어…. 한 번씩 그런 생각은 해요. 친구들과 어울리고 대학 생활이나 동아리 활동도 하고, 이런 게 한 번씩은 하고 싶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지금 직업에 만족하고 여기서 쌓는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딱히 이 직업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해냈다고 봐요. 긍정적으로 늘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프로게이머의 은퇴는 대부분 20대 중반에 이뤄지는데, 이 때문에 불안함은 없나요?
이: 이 직업을 평생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 똑같다고 봐요. 다른 직업도 얼마 안 돼서 은퇴하잖아요. 프로게이머는 그게 좀 더 일찍일 뿐이죠. 은퇴하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코치나 스태프, 또 해설자 등 여러 분야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된 이후 공식 경기에 적용됐는데, 스타1과 달라진 게임 체제 때문에 몇몇 프로게이머는 성적이 스타1만큼 나오지 않는 선수도 많습니다. 더러는 은퇴하는 선수도 있고요. 본인 역시 최근 성적이 이전보다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럼에도 스타리그에 남은 이유는?
이: 우선 스타1시절부터 절 믿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어요. 또 저 스스로 만족 못 했고요. 만약 여기서 은퇴를 한다면 제가 도망간다는 느낌이 들어요. 부딪칠 수 있을 때까지 부딪치고 싶어요.
한: 본인에 대한 자존심인 건가요?
이: 네, 저만의 프라이드가 있어요. 스타1처럼, 스타 2분야에서도 1등을 해보고 싶어요.
한: 그럼 은퇴는 하지 않을 건지.
이: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지만요, 웬만하면 계속할 거예요.
한: 은퇴 후 아프리카TV의 게임 DJ를 하는 프로게이머도 있는데요.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 프로게이머의 DJ 활동에 관해 의견이 갈리는 데 본인의 생각은?
이: 거기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것, 좋게 생각하는 것도 없어요. 제 일로 다가온다면 그때 부딪쳐 봐야 알겠죠. 다른 프로게이머의 DJ 활동에 대해 제가 뭐라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지금은 굳이 갈 생각은 없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목표”
한: E-sports 분야에서 7년 동안 일한 프로게이머로서 이 분야에 대해 아쉽거나 바라는 점이 있나요?
이: 스타크래프트 2의 홍보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모르겠는데 전보다 관심이 많이 줄은 것 같아요. 이에 대해 누구의 책임이 아닌, 전체적인 시스템에 관한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한: 최종병기 이영호, 갓영호, 꼼딩, 소년 가장 등 많은 별명이 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무엇인가요?
이: 갓영호도 맘에 들고요. 라스트 제너레이션도 어감이 멋져서 좋아했어요.
한: 별명을 들었을 때 ‘신이라 할 정도는 아닌데’란 생각 들지 않았어요?
이: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그 별명을 듣다 보니까 더 이기고 싶어지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냈죠.
한: 스타1 당시 모든 종족과 경기에서 70% 이상의 승률을 낸 것은 역대 프로게이머 중 최강의 성적이었는데요. 본인도 말이 안 된다 생각해요?
이: 저도 좀 신기했어요. 솔직히 다시 내라면 못 할 것 같아요.
한: 본인이 게임에 관해 재능과 노력 사이에 어느 쪽에 가깝다 생각하나요?
이: 전 노력파인 것 같은데, 그것도 굉장히…. 사실 저는 이 분야에서 재능이란 게임에 관한 이해력 정도로 봐요. 그런 건 어느 부분만 차지한다는 생각을 해서 굳이 재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한: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 전 그냥 사람들 생각에 기억에 가장 남는 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이게 제 좌우명이에요. 물론 그러려면 성적도 많이 내고 더 열심히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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