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시작된 축제로 도시를 물들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축제로 도시를 물들이다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11.16
  • 호수 1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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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이뤄지는 ‘소셜 페스티벌’


“여자가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여자보다 비둘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솔로대첩>은 비둘기와 함께 여의도에 남자들만을 남겨놓고 막을 내렸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가장 뜨거운 축제였다. 이 행사는 성공 여부를 떠나, 작년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소셜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SNS 유저들에게 각인시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 최성근<경금대 경제금융학과 09> 군은 “평소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주최 측과 기획 의도가 명확한 행사라고 생각했지만, 솔로대첩을 보고 새로운 형태의 축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그 이후 페이스북을 확인해 보면 비슷한 형태의 모임이 성사되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제 시작되는 모두의 축제
소셜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축제다. 대규모 자본이나 기관에서 기획되는 일반적인 축제가 SNS를 홍보 수단으로써만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소셜 페스티벌은 행사 당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정이 SNS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의 첫 소셜 페스티벌은 <T24 페스티벌>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소셜 플랫폼에 게재된 “24인용 텐트를 혼자 지을 수 있을까?”라는 글에 “되는데요”라는 댓글이 달리면서 시작됐다. 일명 ‘댓글 끝말잇기’를 통해 ‘그럼 직접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SNS를 타고 전 국민적 행사로 확장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여의도에서 열린 솔로대첩 행사도‘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올린 ‘솔로 형, 누나, 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는 글로부터 시작됐다. 이것이 페이스북 유저들의 공유와 홍보로 순식간에 퍼졌고, 그 후 기업의 후원과 연예인들의 참여가 더해지며 실제 현실에서 실시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소셜 페스티벌 문화는 SNS를 통해 점차 확산되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논문「트위터 문화현상의 축제성 연구」에 따르면 소셜 페스티벌의 문화적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축제 형성의 즉시성과 이벤트화’를 들 수 있다. 김화성<한국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SNS를 통해 일어나는 독특한 문화 현상 중 하나는 그때그때마다 일어나는 이벤트성 소모임의 결성과 이것이 오프라인상의 만남으로 쉽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전했다.

둘째로 온라인상의 네트워킹이 오프라인의 실제적 참여로 손쉽게 이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NS를 통해 만난 사람과의 관계가 단순한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적 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하며, 오프라인에서도 관계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학세력전’이라는 소셜 페스티벌에 참가한 최일호<광운대 컴퓨터공학과> 군은 “온라인에서 먼저 명단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실제로 만나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특성을 인정했다.

올해 진행된 축제 리포트
현재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한국소셜페스티벌협회(이하 한소페)’라는 단체까지 생겨났다. 한소페 관계자는 “소셜 페스티벌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인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문화 양식이다”라며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인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협회의 창립 취지를 알렸다.

한소페에서 처음으로 주도한 행사는 지난 4월,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2013 서울 베개싸움 축제>이다. 보통 집에서 친구, 가족들과 소규모로 할 수 있는 베개싸움을 거리로 이끌어낸 것이다. ‘싸움’과 관련된 행사인 만큼 안전과 관련된 사항에 특히 집중해서 공지가 이뤄졌고, 당일 수많은 참가자들의 호평과 함께 행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또 지난 5월 연세대에서 진행된 ‘좀비런’행사도 소셜 페스티벌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좀비런은 규모가 대폭 확장돼 지난 10월 과천에 위치한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 진행하기도 했다. 또 7월에는 신촌 일대에서 대규모 ‘물총축제’가 있었으며, 천안에서는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팀이 주최한 ‘캠퍼스 게더링’이 진행됐다.

8월 24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메롱 팩토리 페스티벌 또한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메롱 팩토리 페스티벌 사이트와 홈페이지에‘그럼 저는 ~를 할게요’라는 식으로 끝말잇기 댓글을 통해 공약 형식의 참여로 이뤄졌다. 크게 자유, 공식, 무대, 프리마켓, 스폰서 버라이어티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가장 소셜 페스티벌의 원래 의도와 비슷한 행사”였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익명을 요구한 참가자는“1회라 그런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라며 “당일 행사에 만족했다기보다는 다음 회에 많은 개선을 통해 더 좋은 소셜 페스티벌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라고 전했다.

일러스트 손다애 기자 sohndaa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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