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꽃피우는 사람들
희망을 꽃피우는 사람들
  • 류가영 기자
  • 승인 2013.11.12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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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대표 안이정선씨
얼마 전 인기 아이돌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이 방송에 차고 나온 팔찌가 큰 화제가 됐다. 이 팔찌는 일명 ‘의식팔찌’로, 팔찌를 구매하면 그 수익금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데 사용된다. 방송이 나간 뒤 팬들을 시작으로 일반인들까지 구매에 동참하면서 팔찌 제작업체인 ‘희움’과 희움이 소속돼 있는 시민단체까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위해 힘쓰는 이들을 취재해 보았다. 

“시작은 여성운동의 연장선”
한대신문(이하 한):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어떻게 시작했고, 주로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요?
안이정선 대표(이하 안이): 전에 제가 ‘대구여성회’라는 여성운동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요.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위안부 문제는 이슈가 되지 못했는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게 1980년대 말부터거든요. 그리고 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며 여성 단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대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 모시고 와서 대구여성회에서 증언 모임을 만들기도 했죠. 그러다가 ‘정신대 대책 위원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에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1997년에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발족식을 열었어요.

한: 그럼 대표님은 어떤 계기로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안이: 그전에는 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했었죠. 그런데 여성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깐 위안부 문제야말로 여성문제의 결정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여성회에서 정신대 대책 위원회 위원장을 했었고, 시민모임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이번에 제가 처음으로 대표를 맡았어요. 둘이 별개라 보지 않고 희움 활동이 여성 운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 해요.

한: 시민모임의 구성과 운영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안이: 운영위원들과 일반 회원들, 그리고 대표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회원 자격을 얻으려면 회비를 내고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죠. 지금 현재 200명 정도의 회원이 있어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한: 지금은 시민모임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안이: 크게 보면 지금 살아계신 할머니들을 남은 생까지 도와드리는 것,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 운동, 이 두 가지에요. 특히 해결 운동은 일본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 모두 움직여야 하는 일이라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사실 지금까지도 일본이 해결할 의지가 없고 우리나라도 열심히 나서서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할 의지도 없는 상황이에요.
또 일반 중고등학교도 방문해서 동아리 중에 역사 문제로 활동하는 동아리들에 자료를 주기도 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희움 제품들을 단체로 구매해서 쓰기도 하고요. 얼마 전 희움을 홍보하는 학생 서포터즈 모집을 했는데 많은 학생이 참여를 해줬어요.

한: 시민모임을 이끌어 가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안이: 대구 출신의 조윤욕 할머니라는 분이 계셨는데 중국 훈춘에서 위안부 생활을 하셨어요. 나중에 고향에 내려오려 했지만 한국이 분단되는 바람에 혼자 중국에서 사셨죠. 우연한 계기로 저희 단체와 연락이 닿았는데, 운 좋게 가족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할머니 국적이 북한으로 돼 있어서 고향을 방문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1년 반 동안 국적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죠. 중간에 가족들이 중국으로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국적 변경이 완료된 직 후 바로 돌아가신 거예요. 너무 안타까웠죠.

한: 그렇다면 혹시 현실의 벽에 부딪힌 순간은 없었나요?
안이: 지금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돌아가시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을 역사적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준비했어요. 사실 이것은 정부에서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대구시에서 관리하는 건물 중에서 비어있는 건물 하나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는데, 계속 거절당했어요. 정말 벽을 느꼈죠.
그래서 시에서 무관심하다면 더는 기대하지 않고 우리가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직접 추진 위원회를 만들어서 진행 하고 있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산을 기부금으로 받기도 했고요. 회비와 책 인세, 희움 수익금 등으로 올해 초에 역사관 터를 구입을 했어요.

“희움의 제품들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한: 시민모임의 브랜드인 ‘희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희움은 ‘희망을 꽃피움’의 줄임말이에요. ‘블루밍 프로젝트’라는 대학생 동아리가 있는데 그   학생들이 할머니들이 만든 작품 전시회와 화보를 보고 연락을 해왔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한 수입금으로 우리 단체를 돕고 싶다고 했죠.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된 거에요. 희움의 제품을 사면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기부하는 것이란 생각에서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시더라고요.  

한: 희움의 제품들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안이: 일단, 비스트 양요섭 씨께 감사드리고요. (웃음) 온라인 샵을 열면서 주문이 폭주했어요. 주문이 너무 많아 다들 고생했죠. 현재 신상품 제작을 계속 하고 있어요.

한: 희움의 제품들은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이용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제작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안이: ‘블루밍 프로젝트’ 쪽에서 작품 화보를 보고 괜찮은 것을 골라 변형을 해서 모티브를 따는 거죠. 그쪽 디자인하시는 분이 전담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함께 사람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안이: 옛날에 한일 협정이라 해서 일본의 식민지 대가로 우리 정부가 돈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세월이 흐르면서 위안부 문제가 큰 논란이 됐지만 일본 정부는 그때 보상을 다 했다고 말하거든요. 하지만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것과 진심 어린 사과에요. 십몇 년 전에도 일본이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기금을 만들어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줬어요. 국제적으로 체면을 차리면서 진정한 사과는 하지 않겠다는 거죠. 우리나라 정부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해서 일본에 계속 강력하게 요구를 해야 해요.

한: 우리 사회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은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안이: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20년인데 아직 그 문제가 여전해요. 각종 행사나 이럴 때 반짝 화제가 될 뿐이에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 중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문제를 계속 제기할 거냐’며 부끄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거예요. 여성의 인권과 여성문제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낮은 거죠. 저는 역사적인 문제 하나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 성매매 문화가 번창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지금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만, 여전히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에서 나온 결과물이에요.

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선행돼야 할까요?
안이: 사실 공교육에서 기본으로 성 평등과 같은 정신이 교육 과정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여성들이 싸워서 권리를 확보하고 영역을 넓혀도 일상생활 속의 남녀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죠. 결국, 사람들이 자라면서 그런 교육이 선행돼야 해요. 일반인들의 여성에 대한 의식이 달라졌을 때 정부에 해결을 요구할 수 있고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한: 마지막으로 20대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안이: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돼서 교과서 밖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죠. 고등학교 땐 수능 공부, 대학생 땐 취직시험 준비만 하다 사회에 나왔을 때 과연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안목이 생길까 의심스러워요. 대학생이 돼서라도 다양한 경험과 독서를 해서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확장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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