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의 공연, 버스킹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의 공연, 버스킹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11.11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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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문화를 만들어가는 음악가들

길거리나 공터에서 기타와 젬베,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지고 누군가 노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가사를 잊어버리고 다시 노래를 시작해도, 음향 실수가 있어도 누구 하나 심각하지 않다. 버스킹 공연은 ‘관람’이 아니라 ‘참여’로 이뤄지고, 관객들의 태도는 ‘평가’가 아닌 ‘공감’이기 때문이다.

버스킹의 사전적 의미는 ‘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공연하는 행위’이다. ‘버스커버스커’, ‘십센치’ 등과 같이 버스킹으로부터 출발해 인디 뮤지션을 거쳐 대중적인 인기를 거친 사례가 있기 전까지 버스킹은 거리에서 음악을 하는 소수 청년들의 문화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홍대 거리’라고 하면 ‘거리 공연’이 떠오르는 것처럼 버스킹 문화가 지역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된 지금, 버스킹은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자 콘텐츠다.

밴드 ‘홍대 ABCD’는 이미 홍대 거리에서 많은 지지층을 거느리고 있다. 이 밴드의 메인 보컬 김동호씨는 “거리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점, 어디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거리 자체가 무대이다 보니 좀 더 가까이서 관객 분들의 얼굴에 묻어 있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 받아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라며 버스킹이 가지는 매력에 대해 말했다.

현재 사회대 힙합 동아리 ‘MSG’에서 활동 중인 홍한결<사회대 사회학과 12> 군은 “동아리 차원에서 취미로 랩과 노래를 하는 것이지만 버스킹을 꼭 해보고 싶다”라며 “평소 홍대에서도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뮤지션이 관객에게 최대한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
현재 버스킹 문화는 거리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한 과도기를 겪는 중이다. 홍대 앞 지역은 거리 공연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인 동시에 버스킹으로 인한 갈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원칙적으로 버스킹이 가능한 곳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방에 있는 ‘걷고 싶은 거리’의 광장 두 곳뿐이다. 구청에서 허가서를 받고 정해진 곳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두 곳을 제외한 주변에서도 여러 가지 공연들이 이뤄지고 있다.

마포구청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보행자 도로에서 허가 없이 공연을 해도 순찰을 돌면서 막지는 않고, 대신 근처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경찰이 출동해 소리를 줄이라고 한다거나 해산을 시킨다”라며 “홍대입구역 근처의 버스킹 지역은 상가와 주거지가 복합적으로 분포돼 있어 예민한 지역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상가 지역이 밀집돼 있는 걷고 싶은 거리 측면 공터에서는 버스커와 상인 사이의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다. 인근 음식점이나 주점의 상인들은 대체로 “공연을 통해 가게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우리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옷가게의 경우 시야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노래방은 이용자들이 ‘노래’라는 버스킹과의 공통분모를 소비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지역 근처에서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A씨는 “가게에는 손님이 없는데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라며 “주변 상인의 생계가 먼저 보장되고 문화가 발전하면 좋을텐데, 매일 피해 받는다고 느끼니 괴롭고 힘들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정기적으로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대학생 B씨는 이런 갈등으로 인해 공연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한 번도 그런 절차를 거쳐 공연을 한 적은 없다”라며 “즉흥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혹시라도 신고가 들어오면 함께 있던 관객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옮겨 또 다시 노래하는 것도 버스킹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함께 발전하는 거리 문화
버스킹이 도시 내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한 외국의 사례에서 우리나라의 거리 문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이나 호주는 ‘버스킹 퍼밋’이라는 제도가 있어 지역별로 버스킹 장소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버스킹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지정하여 그들의 자리와 권리를 확립해 줌과 동시에 지역에서도 그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길거리 음악과 노래를 문화로 우대하며 예술로 인정해 준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은 개인 공연자의 프리스피치가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되어있다.

이러한 법적 장치과 제도, 사회적 인식 등의 차이 덕분에 외국의 거리 문화는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예를 들어 국내 버스킹이 음악에 한정적인데 비해 외국에서는 무용, 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의 버스킹이 존재한다.  호주 출신 유학생 나오미 러셀<한국외대 2학년> 양은 “호주에서 음악 이외에도 여러 분야의 버스킹을 즐기곤 했다”라며 “한국에는 비보이가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보이 공연을 포함한 다양한 공연을 거리에서도 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역 내에서 문화 발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노력도 존재한다. 마포구청 공연문화과 관계자에 따르면 거리의 음악인들을 위해 신촌 부근에 야외무대를 만들고 있고 예술 공연장 설립을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음악 평론가 차우진<씨네21> 에디터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버스킹은 예술이 청중과 소통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버스킹을 좀 더 쉽게 허용하면서도 아티스트와 상인들의 충돌을 줄일 수 있는 문화 지점 혹은 완충 지점을 고민하고 양성할 필요가 있고, 버스커들도 더 깊은 콘텐츠를 고민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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