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캘리그래피 전시, 제가 먼저 가 보았습니다!
이슬람 캘리그래피 전시, 제가 먼저 가 보았습니다!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11.09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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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스럽고 오묘한 모습의 글자들의 향연이 우리학교 박물관에

지난 10월 24일부터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이슬람 캘리그래피, 신의 목소리를 보다’라는 제목으로 이슬람 예술의 정수인 캘리그래피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슬람 캘리그래피라 하면 대부분 의 사람들이 낯설음을 느낄 수 있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전시가 이뤄질 수 있었을까? 김혜정<한양대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먼저 박물관 관장님인 이희수<국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님이 이슬람 예술의 권위자여서 이 분야에 접근하기 쉬웠다”라며  “이슬람 문화의 정수인 캘리그래피를 다룸으로써 문화인류학과가 있는 우리학교의 특색을 살릴 수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기자는 박물관에 전시 설명을 요청해 최진<한양대 박물관> 학예연구원의 해설과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최 연구원은 가장 먼저 전시장을 꾸미고 있는 인테리어와 특별전 제목에 대해 설명해 줬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이슬람 사원 분위기가 나는 인테리어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있는 ‘울루그 베그 마드라사(신학교)’의 모습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그는 “전시 제목 중 ‘신의 목소리를 보다’의 의미는 시각적 형태의 이슬람 캘리그래피를 통해 알라의 음성을 읽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을 마치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아직 전시를 관람하기 전이였지만 우리학교 박물관 학예사분들이 세심하게 준비한 전시임을 알 수 있었다.

▲ 아흐메드 카라히사리의 권두화(책의 첫 장에 그린 그림)를 모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번 특별전의 포스터로 사용되기도 했다.변형된 직각 쿠파체로 신을 향한 글을 쓴 것으로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종교적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 관람 순서는 3층에서 시작돼 4층으로 이어졌다. 먼저 3층에서는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기원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됐다. 그중 인상적인 그림은 「아흐메드 카라히사리의 권두화를 모사한 작품」인데 이는 이번 전시 포스터에 사용된 그림이기도 하다. 쿠파체를 변형해 만든 미로와 같은 조형적 모습이 오묘한 신비감을 불러일으켜 사뭇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전시 설명 도중 이슬람 신자로 보이는 한 대학생이 와서  최 연구원에게 여기가 기도하는 곳인지 물었다. 이에 최 연구원은 “아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계속해서 학교에 기도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기자는 이런 경험을 통해 학교 생활 속에 이슬람 문화가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슬람 문화는 더 이상 브라운관의 특파원 보도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3층의 전시가 캘리그래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항을 주로 다뤘다면 4층의 전시는 이슬람 캘리그래피와 관련된 문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었다.  「대장금」에 의한 한류 열풍이 이슬람 문화권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돼 의아했다. 이슬람 지역에 직접 갔다 온 최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에 대한 이슬람 사람의 우호도는 상당한 편”이라며 “일반적으로 접하는 보도에서 처럼이들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은 큰 오류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이슬람 캘리그래피만을 다뤄 이 분야의 선구자적 위치에 선 것에 의의가 있다. 이 점은 우리학교 박물관이 문화적으로 개방된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익숙하고 진부한 전시는 지양하고 블루오션에 주목한다는 박물관의 의식을 보여준다. 또 전시 개막식 때 11개국 대사가 방문하고 QS 대학평가 관계자분들이 방문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점은 박물관이 민간 외교까지 담당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기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슬람 캘리그래피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슬람 캘리그래피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다양하게 응용 가능한 모습은 디자인에 취미가 있는 기자에게 큰 자극이 됐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전시를 방문했을 때 전시 동선 안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4층에도 전시가 있는지 몰라 3층만 관람할 뻔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다행히 이 부분은 박물관 측에서 이른 시일 내에 화살표와 같은 표식을 통해 동선을 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슬람 문화나 디자인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한번 쯤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도움: 김혜정<박물관 학예연구사>
최진<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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