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괴물들이 괴물의 고정관념을 깨다
귀여운 괴물들이 괴물의 고정관념을 깨다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11.09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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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中共) 이후 최고의 인해전술 전략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으로 시작하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노랫말은 2000년을 전후해 유년시절을 보낸 학생이라면 모두 아는 가사다. 당시 포켓몬스터의 인기는 엄청났고 최근에도 ‘포켓몬스터 X·Y’가 출시돼 그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포켓몬이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포켓몬스터에 열광하는 것일까?

11월 현재 일일 평균 방문자 수가 15,000명에 달하고 누적 방문자수가 1,200만이 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재홍 파워블로거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 궁금중에 대한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포켓몬 코리아'의 초청을 받기도 한 그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포켓몬 전문가 중 한 명답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조목조목 포켓몬의 인기 비결에 대해 전했다.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인기 비결

1.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

포켓몬스터에는 700여 마리가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다른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포켓몬스터라 불리는 각각의 캐릭터는 고유한 이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성이 강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다. 이런 수적 다양성은 어린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찾을 수 있게 해 캐릭터와 동일시를 유도한다.

물론 기존의 애니메이션에도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는 주인공 캐릭터의 조연 역할에 지나지 않아 비중이 적었다. 이런 답습을 깨고 포켓몬스터에서는 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새로운 포켓몬이 중심이 돼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다. 김재홍 파워블로거는 “포켓몬스터는 호흡이 긴 장기 애니메이션이기에 에피소드가 다양할 수 있었고 캐릭터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가능했다”라고 평했다.

예를 들어 “파이리, 마음이 통했어”라는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일행은 빗속에서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리는 포켓몬인 ‘파이리’와 조우한다. ‘파이리’는 꼬리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꺼지면 생명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주인공 일행은 파이리를 도와준다. 나중에 주인공 일행이 악당인 로켓단에게 위험에 처하자 주인공 일행에 의해 회복한 파이리가 도와주고 로켓단을 물리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처럼 새롭게 만난 포켓몬인 ‘파이리’를 만나는 것으로 에피소드가 시작되고 새로운 포켓몬이 중심이 돼 이야기가 진행되는 형식이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라 꼽을 수 있다.

2. 비전형적 등장인물의 재미

일반적으로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이 다른 인물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추고 악당은 부정적인 속성을 가진다. 그러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은 특별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포켓몬스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우’는 덜렁거리고 치밀하지 못한 성격을 지녀‘피카츄’에 감전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주인공의 완전한 성격이 주를 이루었던 기존 액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악당의 성격도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보여줬던 모습과 구별된다.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악당은 무섭고 난폭한 성격을 지닌 악한이거나 무능하고 뒤떨어지는 바보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려한 외모와는 다르게‘로사’와 ‘로이’는 기존 악당 캐릭터와 다른 노선을 밟으며 빈틈이 많은 인물로 그려진다. 김재홍 파워블로거는 “비전형적 등장인물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주인공 캐릭터보다 기억하기 힘든 조연 캐릭터를 아이들에게 기억시키기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포켓몬스터에서는 성 역할에 대한 선입견을 부순다. 남자 캐릭터인 ‘로이’는 여성 캐릭터인 ‘로사’보다 더 섬세하고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여장도 서슴지 않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래서 매번 ‘로이’는 ‘로사’에게 구박받고  남자답지 못한 면모를 보여준다. 박동숙<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논문에서  “이런 식의 상식에 벗어난 등장인물 설정은 시청자가 창의적으로 개압할 여지를 넓혀줌으로써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라고 했다.

3. 어린이의 이상적 친구 관계 구현

현대 사회의 친구 관계는 ‘왕따 현상’에서 보듯이 어린이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켓몬스터에서 포켓몬을 다루는 트레이너와 포켓몬 사이의 관계는 절대적인 복종관계로써 어린이들에게 이상적인 친구 관계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매우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포켓몬이라 하더라도 트레이너에 무한 복종하는 모습은 어린이에게 지배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한다.
게다가 포켓몬스터는 가상의 애완동물로서 기능하여 어린이들에게 우정이나 사랑과 같은 따뜻한 인간관계를 제공한다. 현실의 교우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애정을 포켓몬스터를 통해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 지우는 피카츄를 포함한 자신들의 포켓몬들을 아끼고 신뢰하는 마음이 강하다. 포켓몬을 포획할 때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포켓몬들을 주로 포획하는데 이 과정에서 포켓몬과의 신뢰가 드러난다. 이와 관련하여 김재홍 블로거는 “이러한 ‘신뢰’가 어린이들에게는 이상적인 친구 관계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움: 김재홍 파워블로거(닉네임:리오메)
참고: 논문 「포켓몬스터의 재미 요인 분석- 만화영화 텍스트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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