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서는 호감, 현실에서는 비호감
게임 속에서는 호감, 현실에서는 비호감
  • 서동현<(주)교원 매거진팀>대리
  • 승인 2013.10.28
  • 호수 1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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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년 전, 스타크래프트라는 국민 게임이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이 게임을 말하기엔 여전히 인기가 있지만). 이 게임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인간과, 종족의 목표가 ‘증식’인 외계 벌레, 그리고 인간의 지성을 까마득히 초월한 우월한 외계 종족 등 세 종족이 우주의 운명을 쥐고 한판 붙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게임의 스토리 혹은 재미가 아닌 다크템플러라는 유닛이다. 이 유닛은 다른 유닛에 비해 엄청나게 강한 공격력이 있고 적들에게 보이지 않는 ‘클로킹’이라는 능력을 가진다. 즉 상대방의 기지를 교란시키는 게릴라의 임무를 띤 유닛이다. 수송선이 이 유닛을 상대방 기지에 떨어뜨리면 그 뒤로 그만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그는 목숨을 걸고 상대방의 보급 기지를 박살내고 군수 물품 생산 공장을 부숴야 한다. 그야말로 홀로 전쟁의 향방을 뒤집을 수 있는 영웅이다.

  이 게임을 아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주변의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다크템플러와 비교한다.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다크템플러처럼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듯 행동하는 사람, 즉 조직의 ‘아웃사이더’ 말이다. 게임 속에서 다크템플러라는 유닛은 매력적이다. ‘인생 한방’이란 말이 그 의미와 상관없이 매력적으로 들리듯, 홀로 전쟁의 향방을 가르는 다크템플러 또한 그렇다. 하지만 게임 속 다크템플러와 현실의 다크템플러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의지의 유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태생적 차이라고 해야 할까? 전자는 날 때부터 명확한 목적을 위해 훈련되어 만들어졌다는 것. 후자는 명확한 목적 없이 스스로 상황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 따위는 비교할 수 없이 스케일 큰) 종족의 명운을 건 전쟁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다크템플러와 같은 존재는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환영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 혼자 먹고 살기에도 바쁜 삶, 나에게 아무 공격도 하지 않는다면 주변의 다크템플러 한둘쯤은 쉽게 무시하는 것이 요즘의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다크템플러의 무존재는 ‘별 상관없는 관계’가 아닌 ‘불편한 관계’를 만든다. 혼자가 아닌 팀원, 파트너, 동료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의 특성상 주변 사람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는 것은 그들에게 필연적으로 불편함과 죄의식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크템플러는 무시의 대상이 아닌 불편함의 대상이다.

  지금 당신은 벌써부터 다크템플러가 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강의실 구석진 자리를 찾으며 식사 시간에도 식당이 아닌 벤치에서 편의점 샌드위치로 때우고 있지는 않은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야 무수히 많고 그것을 제삼자가 왈가왈부 할 수는 없겠지만, 보편적으로 현실 사회에서 다크템플러는 매력적이지 않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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