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서 큰 별을 보다
공교육에서 큰 별을 보다
  • 류가영 기자
  • 승인 2013.10.26
  • 호수 1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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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국사 인터넷 강의 강사 최태성

“저기 혹시, 최태성 선생님 아니세요?” 건물 밖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행인이 최태성 선생님을 알아보고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는 요즘에 길거리에 지나가는 일반인들도 많이 알아봐 주신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처럼 최태성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넷 상의(이하 인강) 강사 중 한 명이다. 원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항상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인터뷰 내내 교정과 학생들에게 애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시작은 항상 사소한 계기로부터”
한대신문(이하 한): 옛날부터 역사라는 분야에 큰 관심이 있었나요?
최태성(이하 최): 글쎄요. 시험을 보면 성적이 잘 나오고 재미있는 과목이었어요. 사학과로 진학했고 공부를 하다 보니까 ‘역사를 가르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은 교사가 된 지 벌써 17년이나 됐네요.

한: 현재 하시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만족하세요?
최: 사실 공익과 사익이 부합되는 직업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참 운이 좋아요.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한: 그렇다면 EBS 인강은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됐나요?
최: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물어보는데 계기는 사소했어요. 어느 날 TV에 나오는 역사 강의를 보다가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차가 오디션인데 저는 당시 좌절을 했죠. 제가 얼굴이 좀 커서…. (웃음) 그런데 운 좋게 합격을 했어요. 요즘 인강은 강사들의 외모도 강조하더라고요. 지금 오디션을 봤으면 안 됐을 것 같아요.

한: 선생님의 강의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최: 저는 그냥 TV에 제 얼굴이 나오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지방에 사는 학생이 쓴 글을 봤는데 그게 저한테 충격이었죠. 그 학생이 자신은 돈을 낼 수 없으니까 제 강의를 본다는 심리적 위축감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다른 인강도 많이 듣고 수업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내 강의는 돈이 없어서 듣는 강의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강의여야 한다는 것. 이후부터 강의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교육 교사로서의 나의 역할”
한: 일명 ‘스타 강사’가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최: 이전에는 학원 강사들과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쟁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왔어요. 그런데 화면 속 나는 ‘이 강의를 들으면 무조건 1등급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제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제 강의의 목표가 달라졌어요. 수능에서 1등급을 받는 친구들이 우리 사회 리더가 될 가능성이 크겠죠. 그 친구들이 정책의 결정자가 됐을 때, 좀 더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해요. 또 다른 친구들이 그러한 정책 결정에 대해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비판할 수 있어야 하겠죠. 우리 아이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공교육 교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메가스터디 같은 사교육 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최: 많이 받았죠. 사실 제 꿈은 좋은 교사가 되는 거예요. 제가 첫 교사가 되었을 때 교문을 들어서면서 나름대로 약속을 했던 게 있어요. 그런데 계약서에 찍혀 있는 숫자를 보니깐 저도 별것 아니더군요. 제가 그때 불가에서 얘기하는 ‘번뇌’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느껴봤어요.

한: 누구나 그런 상황이 닥치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최: 그렇죠. 불가에서 번뇌는 곧 고통이라 말해요. 정말 고통스러웠죠. 저도 이미 목표는 달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이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때 내린 결론이 뭐냐면,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강의를 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하자’는 거였어요. 그리고 공교육 교사는 기본적으로 매출과 관련이 없으니깐 늘 정직할 수 있잖아요.

한: 주변 지인들이 설득하지 않나요?
최: 많이 하죠. 나가서 돈을 버는 건 매우 쉬운 일이거든요. 전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나름대로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데 사용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사교육 선생님들이 탐욕스럽게 그려지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 삶의 궤적 속에는 그것이 안 들어 있다는 거죠.

“역사는 나와 너와 삶의 방식에 대한 물음”

한: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 한국사가 수능 필수까지 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서 놀랐어요. 제 나름대로는 이 시기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적으로 한국사 교육의 문제는 역사적 사실만을 암기시키는 거거든요. 하지만 역사 교육의 본질은 그 사실을 기반으로 숨어져 있는 이면의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에요. 그건 크게 3가지 정도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는 나는 누구인가, 두 번째는 너는 누구인가,  세 번째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세 가지 물음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거죠.

한: 한국사 수능 필수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학생들에게 부담될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 당연히 부담되죠. 그런데 그 부담이 암기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런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걱정이 돼요. 그 부담이 질적인 부담, 즉 나중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느냐를 배울 수 있는 부담으로 주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죠.

한: 한국사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
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여러 역사책을 통해 재미있게 접근하면서 철학적 사유를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하면 국사 외에도 다른 과목들 공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거든요.

한: 역사를 가르칠 때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 첫 번째는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과거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을 알 수 있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죠. 지금 우리는 역사의 선물 꾸러미를 받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이 엄청난 것들을 준 사람들의 역사를 배우면서 우리도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의 과제가 있다는 거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요.

한: 최근 교학사 역사 교과서 내용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 저는 교학사 교과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이 필요하거든요. 조금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교학사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논쟁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좀 더 좋은 교과서가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만들고 싶다”
한: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고 싶으세요?
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선생님. 저 자신도 내가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요.

한: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최: 한양대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나가서 리더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가서 어느 분야에 있다 하더라도 이건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한 번의 젊음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 답을 찾아보는 거죠. 계속 지켜보면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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