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네 꿈의 날개를 펼쳐라
그래도, 네 꿈의 날개를 펼쳐라
  • 김미영<국어교육과>교수
  • 승인 2013.10.07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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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학 308호실은 국어교육과의 전용 강의실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해맑은 학생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어제는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장터 바닥처럼 소란스러운 기운이 몰려 왔다. 3학년의 <소설교육론> 수업에서 필독 도서에 대한 진단 평가가 있는 날이다. 소설 교육의 완성도는 꼼꼼한 작품 읽기에서 비롯되기에 피할 수 없는 평가였다.

시험지를 나눠 주기 전까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가 미소를 짓게 한다. 영정이의 목소리, “삼대에서 홍경애의 직업이 무엇인지 아니?” 또 다른 자리에서 찬종이는 “고향에서 김희준 아내 이름이 뭐~게?” 하면서 자신이 읽어 온 작품들을 재확인하고 있다. 학생들은 분명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지니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서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즐거운 모습도 드러났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제자들을 볼 때 내 마음 한 켠은 무거워진다.

우리 과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당연히 ‘국어’ 선생님이다. 국어교사가 되기 위해 고시생처럼 공부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중등교사 임용고시의 문턱은 해마다 턱없이 높아만 간다. 학령 아동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그토록 힘들게 얻는 국어교사의 자격증을 타교과목 교사는 일정기간의 연수를 통해 손쉽게 얻는 현실을 목도하면 착잡한 심정이 든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사범대학에서는 학생들의 폭넓은 진로 선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학생 진로 및 취업컨설팅이다. 올해는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실시되었다. 주제는 ‘네 꿈을 펼쳐라-선배가 도와줄게’였다. 행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부 취업컨설팅은 졸업한 선배들의 특강으로 구성되었다. 이 기획은 각 학과의 졸업생 중에 교단이 아닌 새로운 분야의 무대에서 성취감을 얻고 있는 선배들을 초청하여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시간이다.

우리 과에서는 ‘방송기자’와 ‘광고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을 초청하였다. 그들은 현재의 삶에 이르기까지 전공은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들의 노력은 어떠한 것들이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나도 그 자리에서 지난 날 함께 공부했던 동기의 얘기를 들었다. 그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통과한 후, 저 자리에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친구와 시를 함께 얘기하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그는 지금 멋진 광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생활 속에는 우리가 함께 했던 전공이 녹아 흐르고 있었다. 서로 관계없는 것처럼 보여도 전공은 이렇게 은밀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기는 후배들에게 윈스턴 처질이 자신의 모교인 해로(Harrow)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한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인용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이원적 구조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의 제자들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곰곰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들이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 그래도, 네 꿈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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