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뜨거운 대학 축제, 선정성 논란
낯 뜨거운 대학 축제, 선정성 논란
  • 배정은 기자
  • 승인 2013.10.05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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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서 벌어지는 19금 축제
지난 달 25일, 강원대 축제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여학생의 몸에 우유를 부어 남학생이 이를 받아 마시는 ‘커플 우유 마시기 대회’를 진행해 논란이 됐다. 일부 남학생들은 여학생의 몸을 만지거나 옷 속에 머리를 넣어 우유를 핥아 먹는 장면을 연출했고, 이러한 사진들은 SNS를 통해 확산됐다. 결국 지난 달 28일, 강원대 총학은 학내 커뮤니티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총학은 “‘우유 먹기 대회’는 학우들의 건강과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해 36년간 전통을 이어온 행사”라며 “참가자들의 경쟁이 과열돼 적정선 이상의 수위로 행사가 진행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학의 사과문은 해명을 위한 해명에 그친 수준이었다. 남녀가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학우들의 건강과 우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학우들의 건강과 우유 소비를 위해 추진한 행사라면 왜 선정적인 분위기로 흐르는 것을 막지 않았냐는 것이다. .

하지만 선정성 논란은 강원대에서만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지난 학기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전야제의 경우에도 커플 게임의 선정성이 논란이 됐었다. 남녀가 춤추는 코너에서 몇몇 커플이 도를 넘어 연출한 것. 당시 학생들은 “문란함을 넘어 저질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위 사례들로 살펴봤을 때, 요즘 대학생들이 얼마나 성문제를 가볍게 여기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물론 성적인 언행이 재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개그맨이자 MC 신동엽은 일명 ‘섹드립’으로 치솟는 인기를 실감 중이며, TV 프로그램 SNL은 성적인 콩트 연출로 매주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적정선이 어디까지냐 하는 것이다. 남녀가 어울려 술을 마시고, 성적으로 분위기를 과열시켜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적정선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는 더 고려해 보아야 할 사안이다.

이 같은 시각 때문인지 요즘 대학가에서도 건강한 대학 문화를 이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음주와 관련해 동아대나 성신여대는 ‘술 없는 축제’를 시도했고, 서울대는 올해부터 ‘술 없는 오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축제에 꼭 음주가 동반되거나 성적 분위기를 연출해야 즐거운 축제가 되는 것일까. 위 학교들은 음주와 선정적인 행사 없이도 충분히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학생회 차원에서 움직임이 있기 전에 학생들 스스로 축제의 건전한 정체성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악습과 같은 관습을 타파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 앞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대학 축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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