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밥은 같이 먹는다
나 혼자 산다, 밥은 같이 먹는다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10.05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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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다이닝(Social Dining); 함께하는 식사의 새로운 패러다임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 명(전체 가구의 1/4),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시작될 때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러기아빠, 미혼 싱글남, 타지에서 생활하는 청년 등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중에서 매번 가장 주목을 받는 장면은 ‘혼자남’들이 ‘먹방’을 하는 순간이다. 고된 하루를 보낸 노홍철이 소파에 앉아 먹던 ‘버블호떡’, 이성재가 편의점에서 먹던 ‘불닭 비빔밥’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함께 식사할 사람이 없어 홀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이성재의 쓸쓸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혼자 하는 식사의 쓸쓸함을 떨쳐낼 수 있다. 함께 밥 먹는 즐거움은 누리자는 취지의 ‘소셜다이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남, SNS에서 식탁으로
소셜다이닝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식사를 매개로 친목을 다지는 일’을 뜻한다. 주최자가 인터넷을 통해 식사 모임을 개설하면 소셜다이닝 플랫폼을 통해 신청자들이 모이고, 약속한 장소와 시간에 만나 식사를 한다. ‘음식을 통한 소통’, ‘소통과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식사’가 주된 목적으로 꼽힌다.

소셜다이닝은 해외에서 이미 소셜 네트워크·소셜 커머스와 같이 익숙한 문화로 자리매김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실제로 마포구에서는 구 차원에서 식탁을 매개로한 공동체 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소셜다이닝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외에 일반인이 검색을 통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은 ‘집밥(zipbob.com)’이다. 집밥은 소셜다이닝을 사업 모델로 한 기업으로, 손쉽게 모임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집밥 사이트에서는 모임을 개설하기 적합한 음식점 선정과 예약, 모임의 인원 확인과 결제를 대행한다. 이 서비스는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 기업’에 선정됐으며, 현재 전국 17개 도시에서 1천 개 이상의 모임이 개최되도록 도왔다.

박인<소셜다이닝 집밥> 대표는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우린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나누는 일이다”라며 “더군다나 함께 먹는 밥이 집밥이라면 그 푸근함과 정겨움은 훨씬 더 할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집밥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1인 가구·은둔형 외톨이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 공동체 생활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고 있다. 염유식<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KBS 「굳모닝 대한민국」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에 전통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한다”라며 “이런 의미에서 소셜다이닝은 사적인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므로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집밥’의 사회적 의의를 설명했다.

클릭 한 번에 식사가 꾸려진다
소셜다이닝에 참가하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집밥 사이트를 이용하면 누구나 소셜다이닝의 호스트(주최자)가 될 수도, 참가자가 될 수도 있다. 호스트로서 모임을 주최하고 싶다면 자신이 원하는 날짜와 주제, 메뉴를 골라 모임을 개설한다. 그 후에 신청자가 생기면 약속 장소에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면 된다. 반대로 참가자 입장에서는 사이트에서 맘에 드는 주제·메뉴의 모임을 선정해 참가비를 결제한 후 약속된 곳에서 만나면 된다.

발간주인 10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집밥에서 신청할 수 있는 모임은 총 18개다. 여기에는 친환경 파스타를 먹은 후 유기견을 산책시키는 봉사 활동, 한강에서 카약 타기, 마카롱 만들기, 같은 책을 읽고 모여 토론하기 등 다양한 모임들이 포함돼 있다. 이런 모임의 호스트와 참가자들은 대부분 집밥 측과 사전 계약이 돼 있는 ‘집밥 파트너’ 식당이나 카페에서 만나게 된다.

그중 카페 「티티카카」는 카페이자 주민들을 위한 대안 공간으로, 인기 있는 모임 장소로 꼽힌다. 집밥 호스트 경험이 여러 번 있는 김기민<카페 티티카카> 운영자는 차를 마시는 모임은 물론 밥을 먹으면서 ‘비혼(非婚)’, ‘성 소수자’ 등의 주제로 모임을 개설한 바 있다. 그는 “대단한 개개인이 아니라, 각자 열심히 살다가 밥을 먹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집밥을 찾아오는 것 같다”라며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적어도 그 하루만이라도 잘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걱정은 잠시 내려두세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학생은 소셜다이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먼저 소셜다이닝의 필요성 자체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강윤서<사회대 사회과학부 13> 양은 “원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도 밥 약속을 잡기 힘든데 굳이 모르는 사람과 밥을 먹으며 새로운 인맥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싶지 않다”라며 “좋은 점도 많아 보이긴 하지만 막상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걱정은 익숙치 않은 모임 형식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한상근<경금대 경제금융학과 12> 군은 “소셜다이닝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개인적으로 굳이 시간을 내서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며 “새로운 사람과의 짧은 만남에 자신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소심한 사람들은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났을 때 느끼는 어색함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에 집밥 모임에 6회 이상 참여해 본 진영주<중앙대 심리학과> 양은 경험담을 통해 두 학생의 우려스러운 시각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진 양은 “일상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이어서 오히려 마음을 쉽게 터놓을 수 있었다”라며 “그저 한 끼를 때우며 인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이야기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참가하는 게 좋다”라며 소셜다이닝의 필요성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진 양의 경험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모임을 형성해 실제로 만났을 때의 어색함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모임에 정해진 주제와 호스트, 식사가 있는 이상 대화가 끊길 정도의 어색함이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며 “개인적으로 이 모임들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은 오히려 내성적이었던 성격까지 외향적으로 변하고 있다”라며 집밥 모임에 도전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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