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을 넘어 예술품으로 변신, 업사이클
재활용을 넘어 예술품으로 변신, 업사이클
  • 손다애 기자
  • 승인 2013.10.01
  • 호수 13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이 버린 물건은 작품이 된다

대한민국의 1인당 한 해 쓰레기 배출량은 3톤 트럭 한 대분이 넘는 3천3백60kg이다. 한 사람당 하루에 2.32kg의 쓰레기를 버리는 꼴이다. 이같이 너무 많은 쓰레기가 낭비되자, 사회적으로 폐품을 재활용해서 물건을 만드는 ‘리사이클’을 강조하며 이를 하나의 트렌드에 접목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업사이클’이라는 개념으로 변했다. 업사이클이란 기존에 버려진 제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가미해 ‘물건의 가치를 높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버려진 사물에 새로운 ‘가치’라는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석재혁 <디자인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업사이클 디자인에 대해 “좋은 제품이란 값비싸고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이 아니다”며 “쓸모 있으면서 생산 과정에 불편한 노동이 필요 없고, 폐기 후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것이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이라고 했다.

쓰레기마저도 잇 아이템으로
우리 주변에서 업사이클 패션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패션’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의류 판매장 「A-land」에서는 「프라이탁」,「터치포굿」,「에코파티메아리」 등 유명 브랜드의 업사이클링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라이탁」은 버려진 트럭 덮개를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방은 명품 가방과는 달리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져 편하게 취급할 수 있고, 트럭 덮개 본래의 용도처럼 빗속에서도 젖지 않는 방수 재질이다. 결과적으로「프라이탁」은 2009년 한 해 매출 500억 원, 전 세계 매장 350개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이어 ‘2011 디자인 프라이스’에서는 대상을 받아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프라이탁」제품을 구입했던 A양은 “재활용 가방의 가장 큰 매력은 수작업이기 때문에 가방마다 모두 무늬가 다르다”라며 “나만의 하나뿐인 가방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드라마의 내용만큼 여주인공들의 패션이 인기를 끌었던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에코이스트」의 업사이클링 백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탕 껍질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이 가방은 드라마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며 화제가 됐다. 이 덕분에 「에코이스트」의 제품은 업사이클 디자인에 손꼽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다른 예로 한국의 톱 배우 ‘문소리’는 17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리디자인 의상을 착용했다. 시상식에 업사이클링 드레스를 입어 워스트 패셔니스타가 되기도 했지만, 대신에 ‘개념배우’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녀가 입었던 드레스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리디자인 브랜드 「RE;CODE」사의 제품이다. 낙하산을 이용한 등 라인의 시스루와 남성 셔츠를 드레스로 바꾼 옷은 재활용 의류 특유의 매력으로 다른 여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사이에서도 뒤쳐지지 않았다.

업사이클 의류는 이미 만들어진 재고를 해체, 조합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를 수 있는 소재와 패턴에 한계가 있다. 이런 디자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러 회사는 창의적인 업사이클 아이템을 개발, 패션계에서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쓰레기 + 쓰레기 = 예술, 업사이클 아트
패션 외에도 버려진 쓰레기를 이용해 예술품으로 재창조하는 ‘업사이클 아트’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업사이클 아트는 한 가지만 생각하는 시선을 버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고할 때, 죽은 것이라 치부되는 사물이 살아있는 것보다 아름답고 감각적일 수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 예술의 한 장르이다.

아래 사진은 업사이클 아트의 대표적 예이다. 사진㉠은 ‘크리스 조단’의 작품으로, 10만 6천여 개의 캔은 미국에서 30초마다 소비된다는 음료수 캔을 상징한다. 가까이서 보면 버려진 깡통이지만 멀리서 보면 한

편의 명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조단은 이 밖에도 한 시간마다 240만 개가 버려지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든 파도 그림,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백 24만 개로 만든 비너스의 초상화 등을 제작했다.

이와 비슷한 다른 작가의 작품 중에는 한 번 쓰고 버려진 ‘종이가방’으로 만든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은 미국 내에서 한 시간 안에 사용되는 쇼핑백 11만 4천여 장을 쌓아 만들었다. 멀리서 봤을 때 마치 안개가 낀 우거진 숲을 느끼도록 우리의 시각을 재미있게 속이고 있다.

사진㉡은 스케이트보드를 활용한 조각 작품으로 하로시<일본 도쿄 설치미술가>가 제작했다. 스케이트보드 마니아였던 그는 평소 버려지는 스케이트보드의 양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보드 잔재를 모아 버려진 보드 위에 독특한 패턴을 입혀 조형예술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별다른 채색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먼저 보드에 스트라이프 패턴을 입히고 나중에 그것을 조각내어 재조립했다. 비계획적으로 만들어 낸 예술로 보기에는 조화로움이 매우 자연스러워 감탄하게 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인 트렌드에 따라 업사이클 아트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 7월 19일부터 한 달간 「AK 갤러리」에서 열린 ‘2013년 여름 특별기획 업사이클링 아트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업사이클이라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통해 자원에 대한 관심을 시각적 즐거움으로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서동억 작가의 작품으로 키보드의 문자키를 엮어 만든 이것은 현대문명에서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컴퓨터에서 ‘소통’의 도구인 문자키를 소재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디지털 커뮤니쿠스(Communicus)’의 세계를 표현했다. 작품에 사용된 문자키에는 약 24개국의 언어가 담겨있어 21C 디지털 문명의 언어 장벽을 깨 보이기도 한다. 또한 문자키는 소셜 네트워크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개인을 뜻하기도 한다.

사진㉣은 정찬부 작가의 연작 시리즈 ‘Come out’중 하나로 ‘현대적 소비’를 가장 잘 나타낸다는  빨대를 이용해서 유기체적인 생명력을 표현했다. 빨대의 기능적 구조인 들숨과 날숨을 통한 구조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재료의 본질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업사이클의 그림자
하지만 업사이클 같은 에코 디자인이 긍정적이고 예술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코 디자인’을 하면서 제작 과정에서 ‘에코적이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걱정 속에서 디자이너 마르쿠스 프라이탁은 도서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의 국내 출간기념 파티에서 “마케팅만을 목적으로 에코를 말하는 기업과 제품들도 많다”라며 “오히려 에코 디자인 과정에서 염색, 물 사용 등으로 인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석 교수 또한 “현재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소비자 측면에서 분리수거를 통한 자원 재활용과 기부 등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라며 “기업은 업사이클과 같은 상품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홍보 및 이미지 상승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더했다.

하지만 이어서 “물론 홍보 효과를 얻은 특정 기업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기부금으로 환원하는 사회적 선순환 구조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업사이클
석 교수에 따르면, 미래의 업사이클 산업은 먼저 기업적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다. 기업들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을 공수 받거나 직접 수거하는 등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버리는 것이 ‘쓰레기가 아닌 소중한 자원’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흐름을 따라 업사이클링은 지속적인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어 업사이클을 위해 전문가 협력을 통한 융합 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 맞춤형 디자인으로 희소가치가 높은  디자인의 탄생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석 교수는“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업사이클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폐기물에 기술과 디자인을 더하여 명품을 만들어 내는 각국의 사례를 주목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실시해 새로운 패러다임에 앞서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고 : 도서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프라이탁 형제
논문 : 폐기물을 활용한 패션잡화 산업의
업사이클 리디자인 연구 : 산업 폐기물 재사용을
중심으로 - 정유란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