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가,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대학 평가,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 한대신문
  • 승인 2013.09.28
  • 호수 13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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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앙일보의 인문·사회, 이공계열 대학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학교 한마당에는 ‘인문대 사학과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 순위는 수험생들에게 학교 서열의 기준이 되고, 재학생들에게도 역시 학교 평가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학생을 포함한 학교도 순위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 평가가 과연 믿을만한 지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단순히 순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평가 지표 중 하나인 ‘국제화 지수’ 부문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반영되는 평가 항목은 ‘영어 강좌의 비율’이다. 영어 강좌의 비율이 높으면 국제화 지수가 높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은 둘째치더라도, 이런 평가 항목이 학생들에게 실효가 있는지가 미지수다.

우리학교의 경우만 보더라도 성급하게 개설된 영어 전용 강의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난감할 때가 많다. 강의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아니라 부족한 영어 실력을 보충하는 것이 교수의 급선무가 돼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강의 계획서와 학습 자료, 시험은 영어로 표기돼 있지만 강의는 학생들과의 ‘합의’하에 한국어로 진행하는 교수도 있다.

또한 평가의 의도 자체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중앙일보 측은 “변화에 둔감했던 국내 대학을 선의의 경쟁으로 이끄는 촉매 역할을 맡았다”라며 대학 평가의 의의를 자체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말처럼 대학 평가가 진정 대학 사회를 위한 것인지, 언론사 본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대학 순위를 높이기 위한 로비를 포함한 비리 소식은 대학 평가 이후 공공연히 문제가 돼 왔다. 언론의 영향력을 이용해 대학에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인식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이에 우리학교가 취해야 할 자세는 명확하다. 순위에 일희일비하거나 학교 간판에 목숨을 거는 일보다는 학교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살려 내실을 다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대학 평가의 지표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된다고 그 기준에 정책을 끼워 맞추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학생들에게 실질적, 궁극적으로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전자신문 대학 평가에서 우리학교가 1위를 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평가 순위는 지표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니 시시때때로 바뀔 수 있는 평가 결과가 궁극적인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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