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아름다움의 기준을 대변하다?
성형, 아름다움의 기준을 대변하다?
  • 이희진 기자
  • 승인 2013.09.28
  • 호수 13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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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블 성형 프로그램 ‘렛미인’이 연일 화제가 되며 검색어 1순위를 장식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렛미인에 피실험자로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정을 말하지만 결론은 항상 같다. “저는 항상 외모 때문에 피해를 봤어요.”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출로 온 몸에 털이 난 여자, 외국인 노안 아내라고 불리는 여자. 사연을 가진 여자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을 보자니, 보는 기자도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속에서도 한 가지 의문점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누가, 저들을 성형을 자초하는 절벽까지 내몰았는가.

수술을 하면서까지 예뻐지고 싶다는 그 욕구는 안타깝지만, 어느 정도 수긍은 할 수 있다. 큰 눈, 오똑한 콧날, 앵두 같은 입술로 대변되는 ‘아름다움’은 언론과 방송에서 언급되며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눈만 돌리면 나오는 TV에서나 이제는 일종의 수식어가 돼 버린 ‘여신’을 보고 있자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욕구 또한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또 예쁘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적으로 호감을 살 수 있다는 뜻 그 이상을 의미한다. 아름답고 예쁜 외모는 여러 도움을 받기에 용이하며 심지어 취업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자가 인터뷰했던 일부 인사 담당자들도 예쁜 외모를 선호한다며 외모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최근에는 부족한 스펙을 채워주는 ‘취업 성형’도 취업 지원자들이 한 번씩 거쳐 가는 과정 중 하나로 언급되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형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형이 매우 빈번하게 이뤄진다. 최근 국제 미용성형수술협회가 국민 한 사람당 성형 수술 건수를 발표한 결과 우리나라가 인구 1천 명당 13.5건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도시에 거주하는 19세에서 49세 사이의 한국 여성 다섯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수술을 받았다는 뜻이다.

성형으로 인한 신조어도 인터넷을 달궜다. 성형외과 밀집 지역인 강남에는 똑같이 생긴 여자들이 걸어 다닌다는 뜻으로 ‘강남 여자’라는 말이 등장했고, 또 의사가 만든 쌍둥이란 뜻의 ‘의란성 쌍둥이’도 웃지 못 할 신조어 중 하나다.

성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긍정적인 분위기를 띤다. 과거에는 성형은 나쁜 것, 혹은 안 좋은 것, 개인의 욕심을 위한 것으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돈이 있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 무엇이 나쁘냐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성형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은 이를 방증하며 최근 지속되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유일하게 활기를 띠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 또한 의료 목적으로 시행되는 성형을 관광 산업의 한 부분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사회나 정부, 대중이 성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아름다운 것이 옳은 것이란 시각을 강조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성형의 길로 빠졌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이를 따른 것인지, 혹은 성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개성을 존중하며, 자신의 내면을 가꾸어야 한다는 정답은 이미 우스운 옛말이 됐다. 교과서에만 나오는 이 고리타분한 말이 정답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자신의 신조로 삼기엔 감내해야 할 대가가 크다. 못생김과 예쁨이라는 이분법적 시각 속에서  사회적 시각과 대중의 요구에 자신을 부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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