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대학생들에게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대학생들에게
  • 이희진 편집국장
  • 승인 2013.09.21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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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하고 두 번의 신문 발간이 있었다. △1388호 ‘압박하지마세요, 그래도 기사는 쓰니까’ △1389호 ‘자소서로 인재 선별, 정말로 가능한가요’를 쓰면서 너무 강공의 칼럼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호는 휴간을 맞이해 소소하고 편한 이야기로 칼럼을 풀어가려 한다.

요즘 기자를 따라다니는 의문은 ‘휴식’과 ‘쉼’에 관한 것이다. 쉬는 게 어떤 거더라. 어떻게 하면 잘 쉬는 거더라. 아르바이트, 학업, 학회, 동아리, 인턴, 취업 준비 등 사회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스펙을 쌓거나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만 일이 끝난 뒤 누구 하나 ‘쉬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이는 없다.

10학번인 기자의 생활을 둘러봐도 그렇다. 1학년 때 학생회 생활을 하면서 바쁜 1학년을 보냈고, 2학년이 된 뒤로는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쉰다’라는 개념을 잊고 살았다. 대학생들의 로망인 내일로 여행은 1주일에 3번씩 열리는 신문사 회의 때문에 꿈도 못 꿨다. 또 지난 여름방학때는 인턴 생활과 신문사 일정을 병행하며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11시에 집에 들어오는 일과의 연속이었다.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남녀대학생 1,140명을 대상으로 여름 방학 목표를 조사한 결과 어학점수 향상, 인턴 활동을 포함한 취업준비(60.8%)가 1위로 꼽혔다. 2위는 45.1%로 아르바이트가 꼽혔고, 아르바이트 역시 마구잡이식이 아니라 ‘스펙이 도움이 되는’ 아르바이트를 선별적으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학과 스펙 쌓기가 언제부터 같은 말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이 없으면 불안에 떠는 일 중독자처럼 대학생들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 바쁘게 살아야함을 강요한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남이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뒤처지기 싫어서 등. 이유 또한 각박하기 그지없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바쁘게 사는 모습이 좋다고 하자. 그러면 자신의 노동의 대가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느냐. 그건 또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평균 근로시간은 33.2시간으로,
성인의 풀타임 노동시간과 비슷했지만 수입은 평균 8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적은 급여를 받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바쁘긴 하지만 돈은 안 되고, 스트레스만 쌓이고, 그렇다고 쉬자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계속되자 사회는 ‘힐링’을 필두로 사람들에게 쉬는 것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잘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일의 능률이 올라야 다른 사람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쉬라고 만들어 준 ‘힐링‘의 시간 또한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추진력’의 일종이 된 것이다.

기자의 조소를 이끌어 낸 것은 이 부분 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만의 힐링 노하우를 자기소개서에 적어 자기가 얼마나 휴식과 일을 잘 병행하는 사람인지를 회사에 강조한다. 어디에 여행을 갔다 왔고, 그곳에서 뭘 배웠으며….

어학연수나 해외여행이라는 말이 ‘힐링여행’이라는 허울로 바뀌어 자기소개서에 스펙으로 오를 뿐 진정한 쉼이나 스트레스 해방은 찾아볼 수 없다. 상황이 이쯤 되니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쉬는 상태인지, 뭐라도 하는 것이 알차게 쉬는 것인지, 쉼에 대한 정의도 내릴 수 없는 대학생들의 생활에 씁쓸한 미소가 배어나온다. 아니, 과연 대학생들에게 취업이나 스펙 같은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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