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찾아주는 젊은 친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노인을 찾아주는 젊은 친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9.14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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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TV 최고령 BJ, 진영수 할아버지와의 대화

‘아프리카 TV’라는 주제로 기사를 기획했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거의 한결같이 “그런 저급한 문화를 신문에서 다룰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TV는 새로운 방송 포맷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방송에서 성을 상품화하는 BJ들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TV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고, 시청자들과의 순수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BJ도 있다. “노인의 방송을 찾는 젊은 친구들이 있기에 아직은 노인들이 머물 곳이 있어 즐겁고 다행한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72세의 진영수 할아버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충남 천안의 한 시골 마을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시는 할아버지와 아프리카 TV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72세 노인이 마이크를 잡게 된 이유
할아버지는 시종일관 노래 부르듯 흥겨운 박자로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노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상, 활동하던 무대 뒤편으로 물러서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이후에는 머무를 곳이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항상 사람이 있는 곳이 그리웠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젊은 층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었지만 세대 차이를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노인이 소외 받는 현실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 TV의 방송이었다. 이어 “평소에 젊은 친구들은 노인이 말하는 것은 들으려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여기에 나를 찾아와 주는 신사 숙녀 여러분은 적어도 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여러분 덕분에 나는 여기서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라며 자신에게 아프리카 TV 방송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방송을 하면서 가장 좋았을 때나,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대뜸 기자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지금 여기서 방송했으니 우리 금혜지도 다 만날 수 있잖아. 방송 아니었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어?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이지요.” 아프리카 TV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훈훈함이었다. 할아버지는 이어 “나에게 세상에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는 데다,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친해지는 과정이 좋아요. 원래 친한 사람이란 없어요. 상대를 이해하고 호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친해지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시청자와의 진정한 소통
채팅창에서의 인터뷰가 이어지는 도중 함께 대화에 참여하게 된 A씨가 장염에 걸려서 학교를 못 갔다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걱정 어린 말투로 조금 굶고 링거를 맞으라며 세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얘기를 나누고 같이 낫고 그럽시다”라는 말에 마음이 찡해졌다.

할아버지는 지난 2012년 아내 도정숙 할머니의 건강 악화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이 때 시청자부터 다른 BJ들, 나우콤까지 자발적으로 할머니를 위한 기부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지난 해 5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방송이 종료된 후 A씨는 “아프리카 TV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이 난무하는데 할아버지 방송에만 들어오면 마음이 편해진다”라며 “할머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방송 횟수가 줄어 걱정했는데 여전히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라고 전했다.

방송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묻자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아파오는 게 가장 힘들어”라며 “내가 아프면 고쳐주거나 보살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플까봐 항상 불안해”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에게, 이 방송은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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