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과 시청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다, 아프리카 TV
방송국과 시청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다, 아프리카 TV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9.14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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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만들어 나가는 매체의 정체성

배우 하정우가 김을 먹는 모습, 정준하가 계란 프라이를 50개씩 먹는 모습이 스크린과 TV에 나오면 ‘하정우 먹방’, ‘정준하 먹방’ 등의 키워드가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올해 유행어처럼 떠돈 ‘먹방’이라는 말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자신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아프리카 TV의 채널에서 나온 신조어다.

기존의 ‘방송’은 수신자와 송신자가 나눠진, 전문적인 장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컴퓨터 하나와 내장된 카메라만 있으면 방송이 가능한 인터넷 방송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TV는 게임 중계나 유명 BJ(Broadcasting Jockey)들을 중심으로 소수가 즐기는 문화였다. 하지만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방송을 진행·시청할 수 있는 지금, 아프리카 TV는 개인 방송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채널이자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걸어온 길, 하는 일
아프리카 TV의 전신인 나우콤은 1994년 PC통신이 활용되던 때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PC통신이 사라지고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나우콤은 주요 사업 분야를 변경했다. 2002년 웹하드 서비스인 피디박스를 출시했으며, 지금의 개인방송 형태의 서비스는 2006년에 정식으로 출시했다. 현재 UCC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슷한, 해외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USTREAM’이 있지만 이는 아프리카TV보다 1년이 늦은 2007년에 시작됐다.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 어플리케이션의 출시를 기점으로 아프리카 TV는 개인 방송 채널의 중심지가 됐다. 실제로 아프리카 TV 어플은 아이폰에 출시되자마자 한국 앱스토어 어플 인기 순위 3위에 오른 바 있다. 이용주<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전의 미디어가 개인이 뭔가를 얘기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한적 측면이 강했던 것에 비하면 아프리카 TV는 정말 탁월한 통로다”라며 “어떤 정보나 컨텐츠를 만드는 익명의 다수가 이런 채널을 통해 대중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TV에서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주제는 크게 게임 실황 중계, 먹방, 음악 방송, 정치 토론 등으로 나뉜다. 현재 아프리카 TV의 ‘베스트 BJ’ 1위부터 4위까지의 순위에 있는 ‘러너교’, ‘양띵’, ‘롤선생’, ‘메도우이헌터’는 게임 실황을 중계하는 방송을 주로 한다. 또 먹방으로 유명한 ‘범프리카’, ‘요리왕비룡’도 순위권에 있다. 이외에도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대도서관’, ‘도복순’ 등의 BJ는 게임, 음악을 포함한 여러 가지 주제의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전문 BJ의 방송이 아니더라도 아프리카 TV를 통해 인터넷 강사와 학생들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하고, 정치 논객들의 토론장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심건후 <사회대 사회학과 11> 군은 “가끔 심심할 때나 잠이 안 올 때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재밌다”라며 “일반적인 방송과는 달리 권위가 없고 내용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훨씬 친근한 느낌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저질 문화’라는 인식을 벗지 못하는 이유
아프리카 TV의 이용자들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 방송 문화를 향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별풍선’이라는 아이템에서 찾을 수 있다. ‘별풍선’이란, 시청자가 구매하여 BJ에게 선물하는 아이템이다. 별풍선 하나의 가격은 100원이고, BJ가 이를 받으면 약 10%의 세금을 제하고 현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이러한 캐시 아이템 때문에 개인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면을 띤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보통 BJ들이 방송중에 별풍선을 받으면 선물한 이용자의 닉네임을 불러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별풍선을 받는 대가로 옷을 벗는다거나, 성적인 행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어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별풍선을 받기 위해 성을 상품화하는 BJ를 이르러 ‘별창(별풍선 창녀)’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아프리카 TV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연관 검색어는 ‘노출, 섹시 댄스’ 등이다. 이러한 방송의 특성으로 생겨난 문제점 때문에 아프리카 TV를 즐겨 이용하지 않는 대중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매체를 바라보고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주현<경영대 경영학과 10> 양은 “직접 아프리카 TV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SNS에 올라오는 관련 영상들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확실히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다”라고 전했다.

정제되지 않은 모습이나 선정성 문제는 신생 매체나 대안적인 매체에서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컨텐츠는 어떤 압력·강요·통제에 의해서 개선되거나 변해 가는 게 아니라 결국은 콘텐츠를 접하는 청중에 의해서 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 매체의 정체성은 결국은 그것을 활용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규정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아프리카 TV를 그저 ‘저급 문화’라 치부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만의 컨텐츠를 전달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일러스트 손다애 기자 sohndaa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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