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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다애 기자
  • 승인 2013.09.14
  • 호수 19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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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묘(1988)
“소하 20년 나는 죽었다”라는 어린이 영화답지 않은 무거운 대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기자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라면을 먹으며 이 영화를 봤다. 기자는 배가 불러 누워있는데 화면 속 소년은 ‘동생의 뼈다귀가 담긴 깡통 옆 길바닥’에서 아사했다. 그 장면은 20살이 넘은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쟁 속 그들은 당시 나와는 너무도 상반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중간에 아픈 동생을 기쁘게 하기 위해 반딧불이를 잡아 굴 안에 풀어놓는 장면은 내가 이 영화를 ‘슬프지만 아름답다’고 기억하는 계기가 됐다. 두 남매가 잠깐의 행복을 느끼는 장면이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표현됐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전쟁 가해자인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로 비쳐진다는 평론에 따라 국내 상영이 거부됐다. 맞는 말이지만 굳이 이 영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보기보다 한번쯤은 하나의 작품으로 봤으면 한다. 끔찍한 현실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남매 이야기와 전쟁이 남기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아름다운 영상과 표면에 드러난 스토리는 이데올로기적 잣대로만 평가하기에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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