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시작은 언제나 즐거운 상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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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다애 기자
  • 승인 2013.09.14
  • 호수 1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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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여성관에 관하여

미야자키는 페미니스트?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몇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다. 이들 여성의 공통점은 ‘어리고 평범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문제를 극복하는 캐릭터’ 라는 것이다. 물론 주변 인물로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남자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주인공 여성이 앞길을 헤쳐 가는데 필요한 ‘도우미’ 역할에 머무를 뿐이다.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이 제작한 총 11개의 대표작 중 소녀가 주인공인 것이 8개이고, 여성 조연은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때문에 미야자키 감독은 '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을 뜻하는 ‘페미니스트’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그의 조국 일본 여성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순종적인 그들을 보며 자란 미야자키 감독은 그들과 전혀 상반되는 성격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비범하고 진취적인 여주인공들이 시련을 겪으며 강해지는 내용이 주 플롯으로 등장한다. 또한 남성 위주의 전통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여성 중심의 가정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는 신들의 영역에 들어설 때 부모님 팔에 매달린 철부지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돼지로 변하고 자신은 그곳에 갇히자 이를 벗어나기 위해 망설임 없이 두려움의 대상인 ‘유바바’를 찾아간다. 이후 치히로는 조력자 ‘하쿠’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등 스스로의 길을 찾아 성장한다. 이외에도 「천공의 성 라퓨타」의 여주인공 ‘시타’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의 계획을 소년 ‘파즈’의 도움으로 저지한다. 혼자서는 나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파즈를 만나 악을 물리치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는 것이다. 결국 소녀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야자키 감독의 진취적 여성 캐릭터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는 ‘나우시카’라는 중성형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는 남자 주인공으로부터 도움을 받던 공주형 캐릭터들과 달리 남성의 역할까지 해낸다.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싸움을 하고 스스로를 희생해 모두를 구하는, 남성과 여성의 통합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원령공주」에 등장하는 타타라족의 우두머리 ‘에보시’는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흔히 생각하는 조신한 여성과는 거리가 있다. 에보시는 파괴자 역할이지만 부족의 생계를 이끈다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여성으로서 한 부족의 수장을 맡은 진취적인 인물이다. 남성의 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함으로써 미야자키 감독은 여성에게 거는 기대치를 표현하고, 그들이 부족함 없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서 또 다시 페미니스트적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페미니스트적 사상을 바탕으로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에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여성 중심의 가정상이 나타난다. 「천공의 성 라퓨타」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주인공들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상태로 극이 진행되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아버지는 일찍 죽는다. 그래서 이들 ‘남성’의 역할을 대신해 미야자키 감독은 위대한 여성상인 ‘어머니’를 제시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주인공 ‘소피’가 노파로 변해 주변 인물을 돌보는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했고 「천공의 성 라퓨타」에는 해적 대장 ‘도라’가 등장한다. 그는 군대를 습격하고 주인공의 보물을 노리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두 소년, 소녀를 돕는 조력자로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호자의 성격을 띤다.

미야자키는 로리타?
미야자키 감독은 여성 중에서도 항상 ‘소녀’를 주인공으로 채택한다는 점 때문에 ‘페미니스트’라는 명칭뿐 아니라 ‘로리타’라는 의심까지 받는다. 영화 속 어린 헤로인들이 미야자키의 페미니스트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은밀한 ‘취향’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주인공이 14~18세 정도에 맞춰져 있고, 그들을 마음에 둔 중년의 남성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미래소년 코난」의 ‘다이스 선장’과「원령공주」에서 에보시의 부하인 ‘곤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크로토아’도 마찬가지의 캐릭터이다.

 이에 대해 윤정원<상명대학교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는 “어쩌면 이런 건강한 소녀들이 미야자키의 취향이고, 다이스를 필두로 하는 중년 남성들이 그의 욕망을 투사한 분신인지도 모른다”라며 “이렇게 본다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취향이 ‘로리타적이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로리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간의 관점이 영화를 곡해하는 원인일 수도 있단 말을 덧붙였다. 그는 “미야자키의 여주인공들은 강하고, 지혜롭고, 건강하다”라며 “분명한 것은 그것이 로리타적 취향을 핍쇼(Peep Show) 수준의 상업적 유희 대상으로 취급하는 여타 일본 애니메이션들과는 완전히 다른 건강한 방식을 취한다”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 손다애 기자 sohndaae@hanyang.ac.kr
참고 : 도서「책으로 가는 문 - 미야자키 하야오」
논문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세계에 관한 연구
<바람계곡 나우시카>를 중심으로-예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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