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3차원 애니메이션의 종결자
픽사, 3차원 애니메이션의 종결자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09.07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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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애니메이션과 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이 비결

픽사(PIXAR)는 3차원 애니메이션의 ‘개척자’이자 ‘종결자’이다. 세계 최초로 3차원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를 만듦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썼으며 픽사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은 모두 성공하는 픽사 불패신화 일궜다.

그러나 픽사는 단순히 ‘최초’라는 타이틀만 가진 회사는 아니다.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그래픽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스토리텔링 기술은 감히 따라올 자가 없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존 래스터는 “픽사 성공 비밀은 사실 간단하다. 우리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100퍼센트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1) 역발상적인 캐릭터 선택

「토이 스토리」에는 특별히 잘난 것 없는 장난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장난감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벅스 라이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별 볼 일 없는 개미가 주인공이다. 매일 엉뚱한 발명만 하고 개미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는 개미인 ‘플릭’을 스토리 전면에 내세웠다.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광대 고기인 ‘말린’이 주인공이다.

픽사의 역발상은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어린이들의 비명을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회사가 등장한다. 괴물들이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해 비명을 짜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나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부터 균이 옮을 것이라는 공포심이 있다는 점은 캐릭터 성격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라따뚜이」에 등장하는 시궁쥐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미키 마우스’는 모두 같은 쥐를 사용했지만 구현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픽사는 쥐를 캐릭터화하지 않고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묘사한다. 픽사는 쥐를 식당에 등장시킬 뿐만 아니라 이 쥐가 요리사가 되겠다는 일반 상식을 뛰어 넘는 스토리 구조를 보여 준다. 반면 디즈니는 실체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쥐의 혐오감을 제거하는 캐릭터 공정 작업을 거쳐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킨다. 이런 ‘미키 마우스’는 의인화된 존재로 나타나기 때문에 쥐의 삶이 아닌 사람의 삶을 나타낸다.

이처럼 픽사의 캐릭터들은 개미·물고기·자동차·장난감·시궁쥐와 같이 일상적이고 친근한 ‘사물’을 활용한다. 디즈니가 뮬란·신데렐라·포카혼타스·헤라클레스처럼 동화나 신화로부터 모티프를 얻은 ‘인간’을 주인공으로 쓰는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띤다. 이만식 <경원대 영미어문학과> 교수는 논문 「픽사의 서술전략」에서 “픽사는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사물’ 관점을 통해 관객에게 세상을 달리 보는 신선함을 제공했다”라고 했다.

2) 모호한 선악 대립 구조

픽사 애니메이션의 선악 대립 구조는 뚜렷하지 않다. 윤정원<상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픽사의 작품에서는 캐릭터가 맡은 역할의 선악이 잘 구분되지 않아 실제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니모를 찾아서」에는 악역으로 등장하는 치과의사가 등장하지만 그를 진정한 악역으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 니모를 세계 최대의 산호초인 대보초에서 구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조카딸 ‘달라’도 마찬가지다. 비닐봉지를 흔드는 것은 분명히 니모에게 위협적인 일이지만 그런 ‘달라’의 행동은 물고기가 살아 있는지 궁금해서 흔들어 보는 어린이의 순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인크레더블」의 주인공에 대적하는 역할을 하는 ‘신드롬’도 악역으로 나오지만 단순히 악역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신드롬’은 인크레더블을 쫓았지만 버림받아 상처를 입은 불우한 경험을 보여 준다. 관람객이 순수했던 동경이 무너졌을 때의 모습을 보면 관람객도 ‘신드롬’에 이입돼 그를 미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민의 감정마저 들게 한다.

선한 역할로 나오는 캐릭터에도 모호한 선악 대립 구조가 똑같이 적용된다. 「벅스 라이프」에 등장하는 서커스 곤충들이 그 예다. 이들은 처음에 ‘플릭’을 도와주므로 선하게 보이지만 픽사는 그들이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왕궁에 도착해 주인공 ‘플릭’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자 이들은 화가 나서 개미 왕국을 떠난다.

3) 다양한 플롯과 구성 요소

픽사는 다양한 플롯을 애니메이션에 심었다.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면서 △개인의 자아가 성숙해지는 성장소설형 플롯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 설정에 비롯되는(주로 동료나 가족 간의 관계)의 플롯 △3인 이상이 등장하는 사회적 요소와 관련된 플롯이 픽사 애니메이션에 등장한다. 이 플롯들을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를 섞어서 중심 플롯과 보조 플롯을 만들어 이야기를 다채롭게 전개한다.

시궁쥐 레미가 요리사가 되는 이야기인 「라따뚜이」는 자아 성장이 중심 플롯인 애니메이션이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마음에 새긴 후 요리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마저 떠나 레스토랑에 들어가고 각고의 노력 끝에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요리 실력을 인정받는다. 결국에는 최정상급 음식 평론가에게도 실력을 인정받음으로써 레미는 꿈을 이룬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내적, 외적 성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점은 레미와 레미의 아버지가 나누는 대화에 나타난다. 레미의 아버지가 “본성은 바꿀 수 없다”라는 말에 레미는 “변화가 본성이에요”라고 답한다.

「라따뚜이」에는 개인과 개인의 갈등도 찾을 수 있다. △자식인 레미를 사랑하지만 표현이 서툰 아버지와의 갈등 관계 △평생 우상이었던 죽은 요리사 구스토와의 관계 △레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식당 청소부 링귀니와의 관계가 그것이다. 또 3인 이상이 등장하는 사회적 요소도 시궁쥐 집단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다. 윤정원<상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중심 플롯과 보조 플롯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중심 플롯을 큰 뼈대로 삼고 보조 플롯을 맛 좋은 살코기와 같이 덮는 것과 같다”라며 “픽사의 스토리텔링이 몰입도가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라고 했다.

참고 :
도움 윤정원<상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일러스트 손다애 기자 sohndaae@hanyang.ac.kr
논문 「픽사의 서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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