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별을 찾아라
내 안의 별을 찾아라
  • 류가영 기자
  • 승인 2013.09.07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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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생 멘토 연합’ 회장 고수정 학생

고수정 학생은 겉으로 보기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또래 대학생들과 조금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수십 건이 넘는 교육 봉사 경력과 함께 회원 수가 수백 명에 이르는 연합 동아리의 회장, 19차례의 강연 경력에 그녀의 강연을 들은 사람들만 누적 수 6,000명이 넘는다. 이십 대 초반부터 자신의 분야에 열정을 쏟고 살아온 그녀를 본지에서 인터뷰해 보았다.

“봉사는 일상의 한 부분일 뿐”
한대신문(이하 한): 고수정 학생은 10여 건이 넘는 굵직한 교육 봉사 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봉사 활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고수정 학생(이하 고): 어렸을 적부터 봉사 활동을 시작했는데, 멘토링 같은 교육 봉사를 시작한 건 2009년 1월부터였어요. 제 고향이 경상남도인데 고향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를 뽑는 기회가 주어졌죠. 같은 지방 아이들에게 입시나 대학생활에 대해 들려주고 싶어 그때 처음으로 교육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한: 이력을 살펴보니 거의 매년 교육 봉사에 참여한 것 같았어요. 단기적으로 하거나 중간에 그만두는 멘토들도 많은데 어떻게 꾸준히 할 수 있었나요. 안 힘드셨나요?
고: 저는 그렇게 어려운 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지금 4학년 2학기라 취업 준비생인데 주변에서 친구들이 그런 말 많이 해요. 취업이나 하라고. 근데 제 생각에 멘토링도 하나의 일과거든요. 그래서 저는 부담 없이 하고 있어요. 봉사 활동 자체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의 노력과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한: 봉사도 종류가 많은데 하필 교육 봉사를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 다른 봉사 활동들도 했었는데,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반면 교육 봉사는 멘티와 지속적으로 연락할 수 있고, 또 가장 큰 장점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도 받는다는 점이에요. 스스로에게도 도움 아닌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사람을 만날 때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할 줄 알게 됐죠.

“멘티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야”
한: 교육 봉사를 전문적으로 해 온 사람으로서 교육 봉사 활동을 시작하고자 하는 대학생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고: 교육 봉사는 처음부터 내가 이 시간 동안 이 친구를 꼭 변화시키겠다는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 친구 얘기를 먼저 듣고 친언니 친오빠처럼 편안히 다가가면, 자연스럽게 원활한 교육 기부 활동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멘티 한 명만 고르라면.
고 : 제 멘토링 역사를 바꿔 준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랑 멘토링을 하면서 저는 그냥 옆에서 자잘한 조언을 했는데 “언니 덕분에 수학 점수가 올랐어요, 친구들이랑 관계가 좋아졌어요”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 때 내가 이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친구들이 원하는 건 어마어마한 게 아니에요. 얘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거거든요. 그 친구가 먼저 연락도 잘해서 제일 기억에 남아요.

한: 요즘 대학생들도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데 취업을 위해서 스펙 쌓기용으로 한두 회 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 저는 ‘그 스펙용이라도 봉사 활동을 한 게 어디냐’ 라는 생각이 들어요. 형식적으로 가더라도 자기 마음에 대한 변화만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곧 한계를 느끼게 될 거예요. (웃음) 그런 친구들은 딱 그릇이 거기까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삶에 목적이 생기다”
한: 교육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 본인이 가장 많이 달라진 점 한 가지만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고: 제가 올해 25살인데 21살에 멘토링을 시작하면서 그전과 그 이후로 인생이 나뉘어요. 이전에는 ‘뭐 하루 놀면 끝나는 거지’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종일 연애하고 술만 먹고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교육 봉사는 거창한 지식이나 무언가를 주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도 쓰임새가 있구나’ 라고 생각을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전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밝게 바뀌었죠. 그전에는 목표도 목적도 아무것도 없이 살았는데,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한: ‘한국 대학생 멘토 연합’이라는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누적 회원이 600여 명이 넘고, 교육 봉사와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런 모임을 만들 생각을 했나요?
고: 제가 처음부터 이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때 공부의 신 멘토들끼리 모이는 자리가 있었거든요. 당시 멘토링을 좀 더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동아리를 만들게 됐어요. 동아리 안에서 학생들이 교육 봉사와 관련된 홍보·기획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있어요. 당시엔 창립 멤버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회장을 맡고 있고, 그 자격으로 강연도 많이 하게 됐죠.

“세상을 향해 부딪쳐라”
한: 앞으로 고수정 학생의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고: 궁극적으로 50살쯤 되면 인사 분야의 교수님이 되고 싶어요. 이 꿈을 갖게 된 계기가 교육 봉사에요. 제가 누군가를 고무시키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까 인사 쪽으로 눈이 가더라구요.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단순히 마케팅보다는 누군가를 지원해 주고 보조해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 요즘 대외 활동이 매우 다양한데 자신에게 맞는 대외활동을 찾는 방법이 있나요?
고: 제가 얼마 전에 고배를 마신 대외 활동이 있었는데 한국무역협회에서 뽑는 홍보대사였어요. 제가 서류에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 갔는데, 처음에 질문이 왜 우리가 널 뽑아야 하냐였어요. 순간 할 말이 없는 거예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화려한 겉모습과 거품 같은 허세에 혹해서 지원서를 썼더라고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진짜 자기가 거기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을 잘하고 쓰셨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끝까지 못 가요. 뽑히더라도 중간에 그만둘 확률이 높아요.

한: 꿈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꿈을 찾기 위해선 어떤 것을 해야 할까요?
고: 저도 꿈을 찾는 과정이 되게 힘들었어요. 학교를 6년째 다니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어요. 마케팅 관련 공모전도 참여해 보고 해외도 다녀와 보고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고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부딪혀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특히 20대 이상의 대학생들은 해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아요. 부딪혀서 자기랑 맞는 게 뭔지 알아내 봐야 할 것 같아요. 또 본인에 대한 사색과 고찰도 중요해요. 혼자 깊이 일기 쓰는 것도 해 보고 이때까지 뭘 해 봤는지 정리를 해 보는 것도 좋아요. 그것을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죠.

한: 그럼 마지막으로 20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합니다.
고: 니체가 한 말 중에, ‘자기 안에 카오스가 있어야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늘 생각 하는 말이에요. 지금 힘든 시기는 자기 안의 카오스라 생각 하다 보면 춤추는 별이 곧 나올 거니깐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김은영 기자: young5412@haynag.ac.kr
일러스트 손다애 기자 sohndaa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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