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의 참된 이유
고전 읽기의 참된 이유
  • 유성호 <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3.09.01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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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로, 뮤지컬로, 다시 원작으로 움직여 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레미제라블’은 우리에게 고전 작품이 얼마나 대중적일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일 것이다. 물론 영화 상영 시점이 대선 정국이었다거나 우리 사회를 환기하는 작품의 여러 모티프들이 한국 사회에 안착하는 데 유리했다거나 하는 진단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차원에서 향유되고 소비된 고전 작품이 흥행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정평이 난 뮤지컬 장르로 히트를 친 것은 퍽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자베르를 율법의 상징으로, 장발장의 변모와 인생을 복음의 상징으로 읽는 종교적 독법을 빌릴 수도 있고, 사랑의 위대함을 기리는 일대 연애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혁명으로 대변되는 공동체의 실천 의지가 근대 프랑스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보여주는 역사 드라마로 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저 ‘비참한 사람들’의 구체적이고도 풍부한 삶의 보고서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고전을 재해석하는 후속 문화의 힘이요, 장르 간 교섭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는 고전만의 고유한 파생적 위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전에 대한 강한 관심은, 이미 검증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풍부한 문제성을 내장하고 있는 고전을 다시 탐색하고 그 의미를 따져 묻는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알려준다.

이처럼 우리는 정전으로 정평이 난, 어쩌면 해석이 완료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고전들을 되읽으면서, 그것을 현재와 접속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작년부터 ‘책 읽는 한양인, 세상을 바꾼다.’라는 명제 아래, 인문 고전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인문학 고전 수업을 개설하여 학점화하고, 독서 관련 프로그램의 다변화를 통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키우고자 그 전략과 세부 일정을 촘촘하게 설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민대학이라고 부르는 여러 모임에서도 마르크스나 공자, 사마천 같은 고전들이 새삼 활황을 맞고 있다는 점도 지난날의 위대한 저작들을 오늘에 끌어오려는 우리 시대의 지적 충동을 낱낱이 입증해 주고 있다.

지금 시대가 다양한 문화 간의 충돌과 교섭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고전 읽기를 통한 이러한 융·복합적 사유와 감각은 언제나 우리에게 새로운 지적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고전 위주의 독서나 사유가 반드시 대안적 긍정성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위대한 사유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동시대성의 탐구’라는 근본적 가치와 지향을 무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전 읽기가 지적 허영에 바탕을 둔 고고학적 취미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 거기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최근 활발하게 귀환하고 있는 고전 되읽기 흐름은 썩 반가운 일이자, 끊임없이 그 양면적 의미를 되물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의 위대한 사유를 오늘에 접속하고 현재형의 대안적 사유로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일, 고전 읽기의 참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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