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폰'을 구원해 줄 구세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설탕폰'을 구원해 줄 구세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3.08.30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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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종이처럼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난다

최근 MBC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스마트폰 낙하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의 허리 높이 정도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는데 상당수의 스마트폰 액정이 망가졌다. 최병현 <한국 세라믹 기술원> 팀장은 “현재 기판 자체의 압축 응력과 경도로 봐서 최신 기종들의 강도는 유리의 강도와 유사하다”라고 했다. 즉 스마트폰은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액정이 구조를 가졌다. 누리꾼은 스마트폰 액정이 깨진 모습 설탕 결정 모양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설탕폰’이라는 냉소적인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설탕폰’이라는 오명을 벗겨줄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등장했다. 바로 종이처럼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다. 영화 「해리포터」에서처럼 신문의 그림이 움직이거나 SF 영화에서처럼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판 소재의 변화’, 플라스틱

 일반 디스플레이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차이는 기판 소재의 변화에 있다. 즉, 이전 디스플레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기판’이라는 것이다. 먼저 기판에 사용할 수 있는 소재는 유리, 금속 박막, 플라스틱 등의 세 종류로 분류된다.

유리 기판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판이다. 유리 기판은 높은 내열성, 투명성, 차단성 때문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애용됐다. 그렇지만 △두께가 두꺼워 무겁다는 점 △유리 기판은 떨어뜨리면 깨질 수 있다는 점 △유연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기판에 유연성이 없다는 점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전혀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연 모습,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따라서 유연한 기판의 개발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떠올랐다. 이후 유리 기판을 넘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신소재로 발견된 것이 ‘금속 박막 기판’이다. 금속 박막 기판은 산소, 빛, 습기를 차단하는 성질이 우수하고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뛰어나며 충격에도 강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에 적합한 듯 보였다. 그러나 금속 박막은 표면이 거칠어 평탄화 작업을 거쳐야 하고 단열 코팅이 필요하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에 쓰기에는 부적절했다. 

이와 달리 플라스틱(고분자 필름)은 높은 유연성과 경량성 그리고 유리보다 강한 충격 내성을 가져 인기를 끌고 있다. 가공이 용이하고 연속적인 제조 공정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플라스틱 기판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 중에 가장 매력적인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도 현재 플라스틱 기판을 이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기판은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아직 상용화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견뎌낼 수 있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열에 잘 견디는 플라스틱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업체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두 번째 핵심 측면 ‘투명전극 소재의 변화’, 그래핀
‘전극’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 도체를 말하고 이중 ‘투명전극’이란 빛을 투과할 수 있는 전극을 뜻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빛이 통과돼야 하므로 전기가 통할 뿐만 아니라 빛도 투과될 수 있는 투명전극 소재를 써야 한다. 덧붙여 △가격 경쟁력 △가공성 △높은 전기 전도도 △열 안정성 △유연성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투명전극’은 인듐과 주석을 필름 위에 얇게 증착시킨 ‘ITO(Indium Tin Oxide)’ 박막이다. 하지만 ITO는 필름형이므로 너무 많이 구부릴 경우 찢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투명전극 소재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은 2000년대 후반에 발견돼 ‘꿈의 신소재’라 불리며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창구 <성균관대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벌집 형태를 이루는 화합물로 물체를 구부러지고 휘어질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기존 디스플레이에의 투명전극은 전류가 흐르는 상태에서 디스플레이를 늘리거나 휘게 하면 전력을 잃어 화면이 꺼지게 된다. 하지만 그래핀을 사용한 디스플레이는 휘고 늘리고 구부려도 화면 표시 능력을 잃지 않는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오늘과 내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실제로 보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직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기판이 굴곡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디스플레이의 전원 공급 장치인 배터리가 구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제품은 당연히 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잘 휘어지고 충전 밀도가 높으면서도 폭발 위험이 적은 배터리 개발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작년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고성능 유연  고상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이 배터리는 휘어지더라도 전압이 일정하고 충전과 방전이 1만 번이나 이뤄져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따라서 완벽한 의미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오는 2015년에나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논문  「세상을 다시 바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도움 이창구 <성균관대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사진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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