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동심으로 만든 장난감, 피규어
어른들의 동심으로 만든 장난감, 피규어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5.25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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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들이 수집하는 모형들

가수 이승환은 SBS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본인이 수집한 800여 점의 피규어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YG 엔터테인먼트’ 사장 양현석도 피규어들이 YG 사옥을 가득 채운 모습을 공개했다. 이렇게 유명 인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수집 대상이 된 피규어는 여러 매체에 노출되며 대중들에게 친숙한 개념이 됐다.

‘피규어’는 사전적으로는 '형태, 형상, 모습 '등의 의미를 가진다. 이런 의미를 바탕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들을 축소한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모형 장난감을 통칭 ‘피규어’라 한다.

▲ 인사동에 위치한 이색 박물관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전시된 피규어들
키덜트 문화와 피규어의 종류
키덜트란 ‘키드(Kid)’와 ‘어덜트(Adult)’를 합성한 신조어로, 대중문화에서 어른들이 어린이가 되고 싶어하는 환상을 담은 문화형식들을 통상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키덜트 문화는 이미 영화, 소설, 패션, 애니메이션, 광고 등 소비문화 전 영역에서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피규어에 대한 인기와 수집은 대표적인 키덜트 문화로 분류된다.

피규어는 형태와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로 그 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 형태를 기준으로는 먼저 손수 제작할 수 있는 ‘레진케스트’와 완전 조립 완성된 ‘콜드케스트’로 분류된다.  다음으로 △구입 전에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트레이딩 피규어’  △모형의 주체뿐만 아니라 영상물에 등장하는 장면까지 함께 구현돼 있는 ‘디오라마’ 등이 있다.

내용을 기준으로는 △애니메이션 상의 미소녀 캐릭터를 디테일을 살려 표현한 ‘미소녀물’ △특수 촬영된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나 괴물을 형상화한 ‘특촬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메카닉이나 거대 로봇으로 대부분 관절이 가동되는 ‘로봇물’ △여성을 주제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과감한 노출 및 행위를 표현하기도 하는 ‘성인용 피규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수집하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
논문 「영상미디어(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분야)의 확장에 따른 피규어 산업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규어 산업은 외국에 비해 규모가 작으며 희소성에 따른 프리미엄 시장조차 형성돼있지 않다. 논문의 저자 손종남<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센터> 연구원은 “격상되고 있는 게임, 영화 등에 대한 인식변화와 달리 피규어는 아직도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피규어 수집’을 취미로 갖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못하다. 김영록<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0> 군은 “모든 취미는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피규어를 모으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돈 많은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움직임 없이 너무 정적인 부분은 ‘오타쿠’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반면 실제로 피규어 수집이 취미인 학생들의 이유는 단순했다. 액션 피규어를 수집하는 학생 양재헌<고려대 통계학과 12> 군은 “음악이 좋으면 음반을 사고, 가수가 멋있으면 팬 활동을 하는 것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그 연장선상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이 ‘오타쿠’같다는 시각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논문  「영상콘텐츠 기반 피규어의 유희성과 로제카이와의 놀이이론 비교」에서는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의 심리를 4가지 놀이 이론에 빗대어 분석했다. 놀이의 ‘경쟁’측면에서 피규어 수집은 한정된 수량을 얻기 위한 소유의 노력이며, ‘우연’의 측면에서는 동일 조건에서 피규어를 고르는 재미에 해당된다. 피규어를 통해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것은 놀이에서 ‘역할’을 정하는 것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며, 피규어에 대한 관심과 소유에 대한 집착은 놀이의 ‘몰입’에 해당한다.

손 연구원은 “피규어는 발전하는 콘텐츠 산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피규어가 하찮은 장난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서 자리 매김하며, 문화의 영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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