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는 나의 분신?
휴대전화는 나의 분신?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6.04.09
  • 호수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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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중 1명, 중독성 보여…
일러스트 김금선
휴대전화가 삶 속으로 들어왔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TV 시청·금융 거랠음악 청취·게임 등 휴대전화로 하지 못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특히 연령이 낮은 층일수록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회·문화 생활에 익숙해 앞으로도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는 영화정보 사이트 시네티즌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설문 결과 전화가 올까봐 집에서도 항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는 응답자가 53.9%, 전화가 오지 않았는데도 수시로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하는 경우도 59.2%에 달했다.


이렇듯 휴대전화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일부분이 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사람들의 생활 유형이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먼저 타인과의 소통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게 됐다. 5년 전부터 발신자 확인 서비스가 상용화 되면서 전화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을 개인이 가지게 됐다. 타인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답신을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도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우리학교 서울배움터의 김모씨는 “발신자 번호가 뜨게 되면 일단 모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전화는 받지 않게 된다”며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은 싫다”고 밝혔다. 몸으로 사람과 소통하던 시대, 정해진 시간에 전화기가 있는 곳에 붙어있어야 했던 유선 전화 시대의 풍속도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소통의 선택권과 동시에 소통 공간의 확대도 휴대전화 시대가 가져온 커다란 변화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휴대전화로 투표참여 메시지를 전송하고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이를 2명 이상에게 다시 전송토록 하는 ‘투표 참여 파도타기’를 시행했다. 정당 관계자는 “정치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개인 대 개인의 통화를 넘어 ‘디지털 정캄에까지 발을 넓힌 것이다. 휴대전화가 갖는 소통의 영역은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익명의 다수자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또 휴대전화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정부가 불법행위를 우려,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했음에도 27명의 학생이 휴대전화를 적발당해 수능시험 무효처리를 받았다. 사전에 휴대전화 소지 시 무효처리 방안이 공지가 됐음에도 주의가 부족했던 것은 휴대전화에 대한 애착심이 일조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자신은 직접 들을 수 없음에도 타인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때 음악이 흘러나오는 컬러링 서비스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휴대전화가 자신을 드러내는 표시로 정착이 됐음을 알게 하는 부문이다.

휴대전화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사회연구소 양기민 연구원은 “휴대전화는 이제 보철(안경)과 같은 필수품의 위치에 섰다”며 “그러나 소통·여갇오락매체로 집중되는 휴대전화가 만약 없어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갚라며 휴대전화에 대한 맹목성을 경계했다.

실제로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7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청소년 1천1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명 중 1명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해 휴대전화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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