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여인, 여러 가지 이야기
한 명의 여인, 여러 가지 이야기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5.11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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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의 황진이 비교하기

황진이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지만 생존 연대가 분명하지 않다. 김미영<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논문 「역사적 인물, 황진이의 현대적 변모양상」에서 “황진이의 파격적인 신분의 변화와 뛰어난 미모 등에 대한 사료가 간략하다”며 “재창조할 수 있는 빈틈이 많이 있어 작가들에게 매력적인 작중인물로 다가간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황진이는 문학적 상상력을 환기시키는 인물로 현대까지 많은 문학작품, 미디어로 재해석돼 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의 두 작품은 배우 송혜교와 하지원이 각각 주연을 맡은 영화, 드라마 「황진이」다. 

다음은 두 작품을 비교한 표다.


드라마 「황진이」가 기생 황진이의 성적 매력과 예인으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 「황진이」에서는 황진이가 신분의 불합리와 위선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과 ‘놈이’와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드라마는 김탁환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다. 반면 영화는 홍석중의 원작 재현에 비교적 충실했다. 이 과정에 대해 이명현<중앙대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교수는 “영화는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느낌이다”라며 “무엇보다 황진이와 놈이의 이야기가 어색하게 조합된 인상을 준다”고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를 말했다.

드라마에서 스승 ‘백무’와 애인 ‘은호’는 황진이가 진정한 예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황진이가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배치돼 있으며, 기생의 매혹적인 모습을 돋보이게 한다. 이와는 달리 영화의 ‘놈이’와 ‘희열’은 신분 문제, 사대부의 위선, 의적 활동이라는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돼 등장한다.

두 매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결말에서 나타난다. 드라마에서 황진이는 춤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 춤은 양반을 위한 가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반면 영화에서 나타난 황진이의 모습은 주체적인 여성상이 아니라 놈이를 사랑한 여인의 모습이다. 이 교수는 영화의 서사에 대해 “원작의 풍부한 주제의식을 살리는 방향도 아니고, 전승되는 황진이 이야기를 수용하지도 않은 후반부의 스토리텔링은 기생으로 자기 삶을 결정한 전반부의 황진이와 충돌한다”며 일관성 결여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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