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도 노동자다, 자립음악 생산조합
뮤지션도 노동자다, 자립음악 생산조합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5.11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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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연대·자립을 노래하는 음악

홍대 앞 인디 밴드가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했고, 대중들은 ‘인디 음악’이라는 단어에 친숙해졌다. 정세현<자립음악협동조합> 조합원은 “인디 음악에서도 대중들이 기대하는 주류 장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주류’ 혹은 ‘대중들의 요구에 맞지 않는’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이 존재한다. 주류 음악계에서 길을 잃은 뮤지션들이 모인 곳, 자립음악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인디’라는 명칭이 너무 광범위하거나 허울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은 작가는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쪽지를 주인집에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은 생활고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가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 그들의 죽음 이후에 ‘예술인 복지법’이 마련되긴 했지만, 이 법안의 해택을 받으려면 예술가는 기획사에 고용돼 있는 노동자여야 한다. 따라서 전체 예술가의 10%도 안 되는 적은 인원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합은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에게 유리한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연대를 시작했다.

‘협동조합’이란 공동 소유의 사업체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다. 조합은 이 개념을 음반 활동에 적용했다. 2011년 8월 제정된 「자립음악생산조합 정관」에 따르면 조합의 목적은 “자립해 음악을 즐기고 생산하는 모든 사람의 음악적 향유수단을 스스로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양질의 문화적 토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조합은 2010년 홍대 앞의 철거농성장 두리반을 돕기 위해 모인 음악가 중 일부가 결성했고, 2011년 8월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로 조합이 진행한 사업들은 △공용장비 확보 및 대여사업 △소규모 음반 제작비 대출 △온·오프라인 음악유통 플랫폼 개발 △유관 단체와의 연대 및 협력 △자립 공간 구축 △자립 공연 기획 △자립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 △조합원·비조합원 교육 등이 있다.

조합은 조합원과 운영위원회로 이뤄진다. 운영위원회는 총무부, 기획부, 조직교육부, 홍보유통부로 구성되며 조합원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 생산에 관심이 있고, 그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면 누구나 조합에 가입할 수 있으며, 조합원 가입을 신청한 후, 일정 금액을 지정한 날짜 안에 납입한 사람은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에 일정한 금액을 출자하고 회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회원은 1인 1표의 권리를 동일하게 얻게 된다.

축제의 본질, 투박하지만 뜨거운 51+
노동절에서 3일이 플러스(+)된 5월 4일 오후, 조합이 주최한 제4회 51+페스티벌(이하 51+)이 문래에서 열렸다. 하지만 51+는 ‘대형 기획사나 대자본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페스티벌’이라는 기조 아래 진행된 축제다.

축제는 기존의 주최를 맡아 온 조합과 더불어 두 신흥 레이블 ‘영기획',  ‘비싼 트로피’와 함께 기획·진행됐다. 축제에는 이미 명성을 얻은 중견 밴드부터 새로운 아티스트까지 넓은 범위의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한 지방에서 활동 중인 10개 팀과 일본 밴드가 참여해 서울과 수도권, ‘홍대 앞’이라 불리는 공간을 넘어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일반적인 음악 페스티벌은 넓은 공원에 여러 개의 무대를 세우고 시간표에 따라 공연을 진행한다. 하지만 51+는 이 무대를 하나의 건물에 옮겨, 수직적으로 네 군데의 무대를 만들고 총 51팀의 공연을 진행했다. 단일한 공간에 복수의 무대를 설치하고, 릴레이로 연주하는 방식이다.

축제에 참가한 김현수<중앙대 전자전기학과> 군은 “요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외국 유명 뮤지션들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한 건물 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객 김규림<홍익대 예술학과> 양은 “철저히 상업적으로 진행되는 페스티벌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이 놀라웠다”며 “도심의 좁은 공간에서도 이렇게 뜻 깊고 즐거운 축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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