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무선인터넷요금, 청소년 울린다
고액 무선인터넷요금, 청소년 울린다
  • 김나영 수습기자
  • 승인 2006.04.09
  • 호수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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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자연대, 통신사에 집단 소송 움직임
지난 2월 15일 익산의 한 중학생 강 모군이 3백70만원의 휴대전화 요금 때문에 고민하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 군의 휴대전화 요금 중 약 1백90만원이 무선인터넷 이용료였다. 최근 문제가 되는 고액 무선인터넷요금 이야기는 비단 강 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계선<경상대·경제 05>은 “휴대전화 요금이 20만원이 나온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이용내역을 알아보니 데이터요금과 정보이용료 등 무선인터넷 관련요금이 휴대전화 요금의 반을 차지했다”며 “친구들 중에도 나와 같은 사례를 겪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처음 통신사들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경쟁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는 지난 2000년 인구 1만 명당 5천 7백 명에서 지난 2003년 7천 명에 달하게 됐다. 불과 3년 사이에 국민의 20%가 이동통신에 가입한 것이다. 이미 국민의 10명 중 7명꼴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이윤을 내기 힘들어진 실정이다. 그래서 각 통신사들은 가입자를 늘리는 대신 모바일 시장을 개척해 이윤창출의 돌파구를 만들었다. 통신사들은 모바일 시장의 주 수요층인 10대·20대를 겨냥한 모바일 콘텐츠를 쏙쏙 내놓았다. 통신사가 판단력이 부족한 10대·20대들이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구입하는 배경을 제공한 것이다.

통신사들이 가입자에게 무선인터넷 가입을 강요하는 것도 무선인터넷요금을 올리는데 한몫했다. 보상판매나 번호이동은 휴대전화를 값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문제는 통신사가 무선인터넷 가입을 의무화 한다는 것이다. 박세미<법대·법 06>는 “몇 일전 휴대전화를 싸게 구입하기 위해 에스케이텔레콤에서 케이티에프로 번호이동을 했는데 대리점에서 무선인터넷을 한 달 동안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무선인터넷요금이 한 달 뒤 자동해지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해지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통신사가 가입자의 의사는 신경 쓰지 않고 이윤추구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의무가입은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게 만든 뒤 계속해서 모바일 콘텐츠의 수요를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무선인터넷 의무가입이 10대·20대들의 무분별한 콘텐츠에 접촉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한다. 실제로 강 군의 경우에도 번호이동 시 의무적으로 가입한 무선인터넷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를 경험하게 됐고 그로인해 고액의 요금이 부과됐다. 

데이터 통화료와 콘텐츠 제공 회사의 정보이용료로 인한 이중부담 때문에 고액의 데이터요금이 부과되는 측면도 있다. 데이터 통화료는 해당 콘텐츠에 접촉하기까지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요금이다. 보통 하나의 콘텐츠를 다운받기 위해서 여러 웹페이지를 열어보게 되는데 이때 열어본 페이지의 용량에 따라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된다. 또 해당 콘텐츠를 다운받을 시, 콘텐츠 제공 회사에 정보이용료 결제를 해야 한다. 이때 정보이용료는 콘텐츠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이용료를 결제했어도 다운받는 동안의 데이터 통화료는 따로 부과된다. 정보이용료와 데이터 통화료의 이중부담 때문에 무선인터넷 사용량에 비해 요금이 과하게 부과된다는 의견이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무선인터넷 사용을 막는 제도로는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에프가 제공하는 4만원, 8만원 단위로 데이터 사용료를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뿐이다. 또 무선인터넷 가입자를 늘리는 데 급급한 통신사들은 청소년이 가입할 시 무선인터넷요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고액의 청구서를 받은 청소년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이용했는지, 데이터 요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강 군의 아버지는 케이티에프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위자료 명목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며, 녹색소비자연대는 미성년자가 사용한 무선인터넷요금이 과하게 청구된 사례를 모아 통신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케이티에프는 특정 요금제나 사용량에 상관없이 월 데이터 이용료를 최대 20만원까지만 부과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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