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현대적 건축 감각의 조화
“사과는 안 받는 걸로.” 지난해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주인공 김도진이 만들어낸 유행어다. 그리고 유행어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것은 극 중 그의 건축 사무소, 바로 ‘공간(空間)사옥’이다.
구관은 주변 전통 건축물들과의 조화를 고려해 기와지붕과 같은 색의 벽돌로 이뤄져 있고, 신관은 전체가 현대적 건축을 상징하는 유리벽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 잡은 개량된 전통한옥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는데 이 세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서현<공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러한 건물의 조화에 대해 “건축가가 ‘공간’이라는 도구로 ‘한국적 건축’이라는 주제를 표현한 사례다”라고 말했다.
공간사옥은 김수근 선생의 사무실이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일본 유학 중이던 김수근 선생은 29세이던 해에 한국 국회의사당 건축 설계안 현상 모집에 당선되면서 귀국했다. 하지만 5.16쿠데타로 국회의사당 건축 설계가 중단되자 회사를 설립하고 공간사옥 건축에 집중했다.
구관 내부는 층간 높이에도 차이를 두고 만들어져 다양한 기하학적 공간을 연출한다. 특이한 점은 계단이 굉장히 좁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방편이다. 한편 신관은 유리로 이뤄져 있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밖이 훤히 보인다. 그 때문에 건물 내부에서도 여전히 밖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적 실내장식으로 꾸며진 신관 역시 그다지 넓지 않다. 그 때문에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한 추구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공간사옥이 검은 벽돌로 마감해 전통미를 강조한 외부 디자인, 한옥의 공간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내, 그리고 건물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배치 등이 잘 조화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작은 건물이지만 오밀조밀하게 미로처럼 엮어낸 공간의 조직체로서 완성도가 워낙 높아 현대 한국 최고의 건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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