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정치를 풍자하다
무한도전, 정치를 풍자하다
  • 이희진 편집국장
  • 승인 2013.04.30
  • 호수 1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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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MBC 주말 프로그램 ‘무한도전-명수는 12살’ 편에서 반장 선거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연진, 스텝, 국민의 신임을 받고 있는 유재석이 반장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유 반장은 5년 연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반장 선거에는 박명수, 노홍철, 하하, 유재석이 후보로 나왔다. 유재석은 후보자 중 유일하게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장으로 뽑힐 수 있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입후보 과정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반장이라는 직책을 맡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공약들이 난무하고, 보여주기 식의 행동들이 마치 실제 정치계의 모습과 흡사하단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4명의 후보자 중 가장 먼저 공약을 발표하러 나온 사람은 ‘박명수’였다. 박명수는 단상으로 나오는 길에 교실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 평소 박명수의 이미지로 볼 때 이는 적절한 조소를 이끌어 냈다.

박명수의 모습은 마치 국회의원들이 선거 기간만 되면 재래시장에서 인사하기, 장애인·노인정 등에서 봉사하기의 행동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과장된 포장으로 당선된 후보자들에 대한 감동과 칭찬이 당선 후 후보자들이 보인 모습때문에 비판의 검이 돼 돌아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또 주변인의 추천으로 박명수는 “반장으로 선출된다면 전학을 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허황된 공약때문에 돌아온 결과는 ‘후보자 자격 박탈’이었다.

두 번째 후보자는 ‘노홍철’이었다. 노홍철 후보자는 박명수 후보자와는 다른 의미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주요 공약은 ‘물질과 명예의 분배.’ 노홍철 후보자가 당선됐을 때 부반장을 2명 선출하고, 부반장 밑에 줄 반장과 부 줄 반장을 각각 선출한다는 것이 공약이었다. 총 7명의 학생 중에서 7명이 간부화되는 ‘명예의 재분배’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직책을 얻는 방법은 간단했다. 부반장 1천 원, 줄 반장 500원, 부 줄 반장 300원을 노홍철에게 ‘상납’하면 되는 것이었다.

‘명예’라는 허물과 ‘금전’이라는 의도가 결탁했을 때 노홍철은 ‘사기꾼’이라는 질타와 함께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무한도전에서는 노홍철의 행동이 사기라고 인식되더라도, 실제 뉴스에서는 이 같은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원은 지난 9일 “특별점검을 시행한 결과 금품수수 및 인사비리 등 공직비리가 50여 건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인사비리로 문제된 곳은 ‘충북도교육청’이다. 지난 2월 14일 충북도교육청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에서 교육감이 측근 등의 승진을 위해 근무성적평정에 부당개입하거나 인사담당자가 서류를 조작하는 등 각종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 비리와 관련된 9인의 처벌 수위는 감봉 수준에 그쳤고 이에 대해 충북교육연대 등의 단체는 집회를 열어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마지막 후보자로 나온 ‘유재석’은 교과서와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반에 봉사하는 종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후보자들이 결격 사유로 후보자를 박탈당한 상황이었고 국민의 사랑, 스텝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유재석이였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이미 너로 결정됐다”는 말과 함께 그는 당연히 반장으로 뽑혔다.

무한도전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웃기기’ 때문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국민이 간지러워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일어나는 비리들은 무한도전에서는 처벌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비리를 저지르는 일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한도전의 원칙, ‘정의는 승리한다’는 유치하지만 올곧은 점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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