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요코, 뮤즈에서 아티스트로
오노 요코, 뮤즈에서 아티스트로
  • 전예목 수습기자
  • 승인 2013.04.27
  • 호수 1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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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아내가 아닌 예술가로서

오노 요코의 예술 활동은 존 레논과 비틀즈의 명성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존 레논의 아내이기 이전에 전위예술 방면에서 이름을 떨친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현시대 예술인들에게 “작품을 통한 작가와 관람자의 긴밀한 교감”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는다.

요코는 1933년 2월 18일 도쿄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가난을 느껴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이후 그의 작품 생활에서 더욱 다층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그는 1953년부터 뉴욕에 살게 됐다. 그곳에서 그는 그 당시 미국 문화의 강한 바람이었던 ‘히피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히피 문화’란 1960·70년대 성행했던 문화 흐름으로 기존의 가치관과 생각을 거부하며 폭력에 저항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오노 요코가 자신의 예술세계에 반전사상을 내비치는 것은 이 문화를 접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요코는 뉴욕에서 일본인 피아니스트 이치야나기 도시를 전위음악 동아리에서 만난다. 그들은 타향에 살아 외로움이 많기도 했고 음악을 공통분모로 하는 취미 때문에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요코의 부모가 둘의 결혼에 반대했지만, 그들은 이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이들의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고 결혼한 지 6년 만인 1962년에 결별하게 된다. 이후 그는 계속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66년 영국 런던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리고 1966년에 요코가 참여했던 전시회에 존 레논이 방문하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요코는 레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요코의 작품이 레논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창이고 새로운 형식의 미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오노 요코의 예술은 플럭서스(Fluxus)에서부터 그 근원을 탐색할 수 있다. 플럭서스 운동은 국제적인 전위예술(前衛藝術, avant-garde)을 표방했고 예술의 여러 장르를 종합하고 융합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 운동은 오노 요코가 전위 예술의 속성을 가진 행위 예술가가 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오노 요코는 여러 가지의 예술 장르를 시도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행위 예술’로 유명하다. 「컷 피스(Cut Piece, 1964)」는 그의 대표작이자 가장 큰 화제가 된 행위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논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여성 오노 요코」에 따르면 “이 작품은 당시 보수적인 영국인들에게 충격을 줬고 오노 요코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행위 예술이 이뤄지는 방식은 간단하다.

오노 요코가 어느 장소에 앉고 관중은 한 명씩 다가와 그의 옷을 가위로 조금씩 잘라내는 것이다. 오노 요코는 사람들이 자신의 옷이 잘릴 때 저항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는다. 겉으로 볼 때는 약간 외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러한 행위 예술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는 인간의 존재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작품에는 그의 존재가 타인에 의해 손상되는 상황을 표현함으로써 인간은 나약하고 항상 누군가로부터 고통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오노 요코를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작품으로는 「제4번(No.4, 1966)」이 있다. 이 작품은 ‘엉덩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5분 정도 되는 영상에서 시종일관 어떤 사람의 엉덩이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 이외의 연출이나 줄거리는 영상에서 전혀 찾을 수 없다. 이러한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도서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에 의하면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은 “기존의 가치관과 생각을 깨뜨려 혁신을 시도했다는 평과 단순히 외설적이기만 하며 치기 어린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갈렸다. 이러한 오노 요코의 작품 특색에 대해 박영택 <경기대 미술학부> 교수는 EBS FM 라디오 프로그램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에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던 오노 요코 작업의 핵심은 관객의 참여 그리고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개념과 정신으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참고 : 논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여성 오노 요코」, 도서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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