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타고난 ‘애매한 유명인사’가 말하는 SNS
시대를 타고난 ‘애매한 유명인사’가 말하는 SNS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4.27
  • 호수 1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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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작가, 하상욱<리디북스> 기획자와의 대화

기자가 하상욱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병맛인데 멋있는 시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였다. 게시물에서 소개된 시집은 하 작가가 SNS에 올린 짧은 글들을 모아 출간한  「서울 시」였다. ‘작가 소개’에 본인 사진과 ‘소’와 ‘개’의 사진, ‘목차’에 목을 발로 차는 사진을 배치해 놓은 책의 반응은 뜨거웠다.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 듣게돼 -「애니팡」 중에서
나는 했는데/ 너는 몰랐네 -「밀당」 중에서

그는 이렇게 상황을 달리 보는 통찰력과 유머 코드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후 하 작가는 ‘SNS 시인’, ‘애니팡 시인’으로 불리며 큰 유명세를 얻었고 최근 SNS 멘토와 강연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애니팡 시인」하상욱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SNS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Q. SNS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A. ‘자기 얘기만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SNS에서의 그런 현상을 ‘셀카 문화’라고 부른다. 셀카가 그 모든 것을 표현해준다는 뜻이다. 셀카 자체가 공감의 소재로 이용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들은 그에 대한 반응을 얻고 싶어 한다. 남들이 나에게 공감해 주지 않고 관심 가져주지 않는 것을 슬퍼하면서도, 실제로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점점 ‘내 얘기’에만 빠지는 것이 이렇게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SNS는 소통을 하는 곳이 아니라 반응을 확인하는 곳이 됐다. 사람들은 SNS에서 ‘내 것’을 보여주고,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말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확인한다. 심지어 SNS를 자신의 스펙으로 이용하려다보니 부작용이 많다. 지나치게 쓸데없는 자기 자랑을 노골적으로 한다거나 자신을 너무 대단한 사람으로 드러내고 싶어 하는 내용을 올린다. 그런 내용에 사람들은 절대 공감하지 않는다. SNS를 그렇게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재밌어하고 화제가 되고, 아니면 마는 거다.

Q. 본인은 SNS를 어떻게 이용했다고 생각하나
A. 재미 요소를 적절히 이용한 것 같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 ‘내 얘기’를 하더라도 그 안에 재미가 담겨있거나, 내가 우스꽝스럽게 표현 되면 그런 부분이 공감을 이끌어 낸다. 요즘은 말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아니라 ‘말을 한번 참는 것’이 어려운 시대다. SNS에 많은 말을 쉽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참는 인내력을 기르는 것이 정말 힘들다. 그러나 그 욕구를 한번 참으면 본인에게 엄청난 득이 된다.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굳이 글을 올릴 필요가 있나.

Q. SNS를 어떻게 사용할지 조언 한다면
A. SNS를 감정 화장실처럼 이용하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SNS는 절대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방에서 시끄럽게 떠들면 옆집에서 싫어하는 것처럼, SNS는 내가 관리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남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당연히 조심해야 하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 ‘내가 내 공간에서 얘기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이야기하는 건 핑계다. SNS는 함부로 본인이나 타인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면 안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나를 절대 ‘롤 모델’로 삼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롤 모델’이나 ‘멘토’같은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누군가를 롤 모델로 삼으면 성공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심어주는 환상에 빠질 수 있다. ‘해도 안 되는’ 것들을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의미 없는 도전을 이어가지 않아야 한다.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안 되는 것’을 판단해 포기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다. 포기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멘토가 없다. 본인이 판단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나는 시대를 아주 잘 탔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운이 좋은 사람이 다시 나오기는 정말 힘들다. 금방 얻은 유명세인 만큼 또 새로운 유행에 적응하지 못하면 금방 잊혀질 것이다. 그러니 나와 같은 유명세를 얻고 싶다면 절대 나를 따라 해선 안 된다. 시대를 앞서는 안목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한다. 그 결과물이 시대를 잘 탄다면 나처럼 애매한 유명인이 또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 김은영기자 young54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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