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평생 함께할 그림을 그리는 남자
당신과 평생 함께할 그림을 그리는 남자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3.23
  • 호수 13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훈<홍대 UNIQUE> 타투이스트를 만나다

타투이스트들은 작가의 필명처럼 가명을 쓴다. 그의 이름은 ‘혼을 새긴다’라는 뜻의 ‘혼각’이다. 양팔에 문신이 가득한 그의 SNS 프로필 사진들을 보고 경계심이 앞섰다. 사실 인터뷰에 혼자 가는 게 겁이 났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다른 부서의 기자들까지 총동원했다. 홍대 거리의 골목과 좁은 통로를 지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긴장과 무서움이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반갑게 인사한 그는 의외로 야구점퍼 차림의 앳된 인상이었다.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고 했더니 웃으며 되물었다. “왜요? 못생겼어요?”

▲ 타투이스트 혼각. "아무래도 타투가 좀 보이는 게 낫겠죠?" 라며 겉옷을 벗어 놓고 웃었다.
Q. 타투이스트가 된 계기, 타투의 매력은 무엇인가
A. 원래는 그림을 그렸었다. 중학생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결국 미대에 진학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 디자인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서 일본 문화를 많이 접하게 됐다. 그러다가 일본의 타투에 관심을 두게 됐고 우연한 계기로 만난 ‘이랑’이라는 타투이스트 선배에게 타투를 배우게 됐다.

타투의 매력은 지속성이다. 의미 있는 문구나 그림을 본인의 일부로서 간직할 수 있다. 내 경우는 왼쪽 팔에 타투 시술 때 사용하는 기계 그림을 칼라로 새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직업을 의미한다. 오른쪽 팔에 새긴  문구는 타투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새겼는데 일본어로 ‘진흙 속에서 피는 꽃, 연꽃’이라는 뜻이다. 타투를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처럼 좌우명이나 직업과 관련된 것을 새기는 사람도 있고, 멋으로 하거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Q. 타투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
A. 5년 전만 해도 문신을 드러내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꺼리거나 무서워하는 것이 보였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인 할아버지가 깡패냐고 물어봤다. 또 부산 해운대 같은 경우는 문신이 많으면 사우나를 못 갔다. 카운터 위에 ‘문신 많은 사람은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그냥 목욕하러 갔는데 다른 사람이 문신을 보고 ‘위협을 느낀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거북해하지는 않는다. 예전엔 살짝 눈치를 보고 피했다면 요새는 “타투 멋있네요”라고 반응해준다.

타투를 하러 오는 연령대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어린 친구들이 과시하려고 문신을 했던 것에 반해서 요새 주로 오시는 분들은 30대다. 제일 나이 많은 분은 거의 아버지 또래의 50대 남자 분이었다. 그런 분들이 와서 거리낌 없이 문신을 하고 가시는 것을 보면 놀랍다. 또 젊은 어머니와 중학생 딸이 와서 커플타투를 새기고 간 적도 있다. 어린 마음에 문신을 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성년자에게는 타투 시술을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우는 어머니가 어린 딸을 데려와서 문신을 한 것이다. 나는 직업으로 타투 시술을 하는데도 문화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께 어린 딸이 문신을 해도 상관없느냐고 물었더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굉장히 열린 사고를 가진 어머니기도 했지만 그만큼 타투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Q. 따로 자격증이 있나
A. 타투 시술을 위한 자격증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신 시술이 의료법상 무조건 불법이다. 불법인 나라가 전 세계에서 한국과 러시아뿐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  문신의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회용 바늘을 다시 쓰거나 소독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갗 바로 안쪽에 색소가 주입되기 때문에 위험하지도 않다. 몸에다가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의료행위로 규정돼 제재받는 것이 안타깝다.

합법화 법안이 두 번 정도 국회에 올라갔었는데 모두 기각당했다. ‘이랑’ 선배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합법화 운동을 진행했지만 타투이스트들에게는 아무런 사회적 힘이 없었다.  평생 타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을 한번에 바꿀 수는 없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가 아직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만 노력해서는 상황을 바꾸기가 아직 많이 힘들다. 따라서 특별히 합법화 추진 운동을 진행하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열심히 하면서 기다려보면 나중에 내가 아버지 나이가 됐을 때 문화적 성숙도가 높아진다면 문신이 합법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

Q. 타투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A. 평생 본인 신체에 남아 있는 것이니 시술 전에 고민을 많이 해봐라. 나중에 지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잘 지워지지도 않을뿐더러 문신을 지울 때 비용이 시술비용보다 열 배 정도 더 든다. 몇 개월이라도 생각을 좀 해보고 꼭 해야겠다 싶을 때, 신중하게 타투이스트를 골라 시술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받으면 안 된다. 여러 타투이스트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비교한 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상담할 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이야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김은영 기자 young5412@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