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은 '나'를 사랑했어요"
"백석은 '나'를 사랑했어요"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03.05
  • 호수 13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던보이 백석의 여인들,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스캔들
「시인 백석1」에서 영생고보 1939년 졸업생인 김희모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석은 너무도 잘생긴 모습에 반할 정도였다. 머리는 올백을 하고 연회색의 산뜻한 양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당시에 학교 선생들은 사회의 지도층 인사였기 때문에 존경을 받았지만, 나이 어린 백석 선생님은 시인으로 그리고 그 외모로 더욱 유명했다" 이렇듯 백석은 당대의 멋쟁이 ‘모던보이’로 불리며 여성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백석은 당시에 유명했던 여류 4인방 모윤숙, 이선희, 노천명, 최정희와도 매우 가깝게 지냈었는데 모윤숙은 백석을 이상형으로 생각했고 노천명 역시 그를 바람직한 시인의 모델이면서 이상형으로 봤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던보이는 순애보를 가진 순수한 청년으로 그의 작품에서 직접 언급하며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했던 여인은 오직 ‘란’ 하나였다. 하지만 란에게 실연을 당한 백석의 옆에 새로운 여인 ‘자야’가 다가온다. 

백석이 자야를 만났을 때는 사랑했던 여인과 절친한 친구를 한 번에 잃었던 힘든 시기였다. 이때 백석은 자포자기에 빠져 술집을 오가며 기생들을 사귀었다고 한다. 이때 백석은 ‘김영한’이라는 이름의 기생을 만나고 「당시선집」 속 자야오가를 읽고 김영한에게 ‘자야’라는 아호를 붙여주었다. 일종의 애칭이 된 셈이다. 자야 김영한은 “오늘부터 당신은 이제 내 마누라요”라는 단정적인 말로 백석이 자신을 사랑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후로 「시인 백석1」에 따르면 자신과 백석은 열렬한 사랑에 빠졌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바다」 등의 시가 그 사랑을 담은 시라고 주장했다.

사실 자야와 백석의 이야기는 자야의 회고록 ‘내 사랑 백석’에 자세히 담겨 있음에도 그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란에 대한 백석의 사랑은 「통영1, 2, 3」등 그의 시와 수필에서 수차례 등장하지만 자야와 백석의 이야기는 자야 본인의 진술 이외에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자료에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백석과 자야의 연시로써 당연하게 서술되어 있거나 이를 주제로 한 책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꿈에서 화자가 그녀와 함께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표현한 연시다. 아마 ‘나와 나타샤’ 두 사람이 상상의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그 나타샤가 누구일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이때 자야 여사는 그 나타샤가 바로 백석이 자신에게 붙여 준 애칭이라고 말한다.

고형진<고려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나타샤를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정작 백석의 글 중에는 이에 대해 언급한 대목을 찾아 볼 수 없다”며 “하지만 반드시 나타샤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나타샤’라는 당시로써는 이채로운 러시아 여자 이름을 썼다는 것이고, 그 이름이 시의 형식 속에 완전히 녹아서 이 시를 아름답게 빛내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논문 「백석 시세계 연구 :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 , 도서 「시인 백석1」
이미지 출처 : 이미지 투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