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을 파는 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청(淸)’춘들
‘정(情)’을 파는 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청(淸)’춘들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3.02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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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 젊음을 불어넣다

최근 캠퍼스 내부에 여기저기 방치된 대형마트의 쇼핑카트가 눈에 띈다. MT, 과 행사를 맞아 장을 보고 나서 내버려 둔 것이다. 성동구에 9개, 안산시에 5개의 공식적인 전통시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버려진 카트를 보면 대학생들이 보통 대형마트를 이용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대 부학생회장 김단비<사회대 사회학과 10> 양은 “전통 시장을 이용하려고 해도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시간·예산이 한정돼 대형마트를 이용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농활을 준비할 때는 행사의 의미를 살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기로 했지만 카트, 박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들고 다니기 불편했고, 찾으려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 최성원<경금대 경제금융학과 12> 군은 “전통시장은 깔끔하지 않고 가격이 더 비쌀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막상 전통시장에 가보면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런 이미지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하려고 할 때 단체로서는 현실적 한계가, 개인적으로는 부정적 인식이 걸림돌이 된다. 논문 「위기의 전통시장, 자구노력 있어야 생존」에 따르면 2005년도부터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시장 수는 8.6%, 총 점포 수는 15.8%, 시장 상인 수는 9.3%가 감소했다. 매출액 측면에서도 2005년 20조원 정도의 규모에서 2010년에 37조로 성장한 대형마트와 비교해 전통시장은 33조원에서 23조원으로 하락했다. 유통 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인근 진출 확대, 정부·지자체의 지원 한계 등의 이유로 전통시장은 위기를 겪고 있다.

청춘이 전통에 관심을 가질 때
하지만 그럼에도 시장 상인들의 삶이 결국 자신들과도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전통시장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전통시장 쇼핑몰로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서강대 창업동아리 ‘포민’이다. 포민은 ‘For民, 즉 사람과 서민을 위한 사업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김수환<서강대 기계공학과> 군은 “대형마트와 대형자본에 밀려서 힘든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제작했고, 그 이름을 ‘타운스토어’라고 지었다”며 자신들의 사업을 소개했다. 김 군은 “우연히 접한 신문기사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시장 상인 수가 약 40만 명이라는 통계치를 보았다”며 “소수의 대형 기업을 배불리기 위해 40만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면 결국 큰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에 이러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 타운스토어가 있다면 전라남도 전주에는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부시장‘청년몰’이 있다. '청년몰'은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는 슬로건과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회적 기업의 주도아래 진행된 ‘청년 장사꾼 프로젝트’다. 기존 전통시장의 이미지와 달리 쌈지길, 홍대의 매장을 떠올리게 하는 컨셉의 가게들로 전주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관광객도 모으고 있다.

우리가 시장을 도울 수 있는 몇가지 방법
창업이라는 적극적인 방법 외에 시장이 주최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시장경영진흥원에서는 매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한다. 또 지난해 출범된 전통시장 블로그 기자단은 주로 대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정석연<시장경영진흥원> 원장은 “미래 소비계층인 젊은 층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통시장이 단순 판매를 위한 평면적인 유통 공간에서 벗어나 멋, 맛,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입체 문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젊은 층이 전통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덧붙여 김영기<시장경영진흥원 홍보팀> 팀장은 “최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휴무하게 하는 법안이 마련됐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전통시장의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미래 소비계층인 대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참고: 논문 「위기의 전통시장, 자구노력 있어야 생존」, 황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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