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 똑같을 수가 있나요”
“사람이 다 똑같을 수가 있나요”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3.03.02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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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더 친근한 오경석<경기도외국인 인권지원센터> 소장

오경석 소장은 외국인 이주민들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해온 지역 활동가다. 최근 ‘경기도외국인 인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이 외에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등 여러 일을 해왔지만 이런 수식어가 그의 인간성을 대변해 주진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수의 모습과는 다르게 파마머리에 편한 복장의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조그만 챕스틱을 바르며 물었다. “이제 시작하나요?”

다르다고 틀린 건가요

이전부터 안산에서 연구를 해왔지만, 그는 특히 ‘외국인 이주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는 우리와 피부색, 문화가 다르다고 차별을 받는 외국인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았다. 오경석 소장에게 그들은 두려운 존재가 아닌 매력 있는 친구들이다. 이는 어려서부터 남과 다른 것을 좋아하던 그에겐 당연한 생각이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시도를 할 때마다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똑같아지는 것보다 다르게 사는 게 더 재밌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저는 학생 시절에 교복이 정말 싫었는데 교복을 입으면 사람이 다 똑같아지잖아요. 그래서 한번은 아버지의 정장 바지를 입고 갔다가 선생님께 벌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이상했어요.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사회는 한결같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 고쳐져야 하는 사람, 더러는 위험한 놈 취급을 하면서 자꾸 똑같이 만들려 하나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산시 원곡동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 이주민이기 때문에 ‘다름’이 자연스럽다. 누가 어떻게 입든, 무엇을 하고 놀든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바깥에선 아직 차별의 시선들이 존재했다. 여전히 한국인들은 외국인 이주민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저임금의 노동력으로만 여긴다.

“한국에선 그들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사회ㆍ문화적 인권침해의 대상이 돼요. 그들이 뭘 잘못했나요? 나와 조금 다른 것뿐인데 왜 다른 대접을 받나요. 이것은 굉장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최소한 위험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안 듣는, 그런 사회가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아닐까요.”

그들을 바라보는 양 극단의 시선
우리나라 안에서도 외국인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일각에선 그들을 범죄율이 높은 위험한 집단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 이주민의 범죄율은 다른 계층과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그러한 시선이 생긴 이유는 사회 전반에 깊게 내재된 고정관념 때문이다.

“어떤 집단 안에나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있어요. 한국 사람도 다 똑같은 거잖아요. 그런데 한국인이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개인의 문제로 넘기지만 원곡동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그때는 개인의 탓이 아닌 집단의 문제로 돌리는 시선이 문제죠. 심지어 원곡동이 아닌 곳에서 사건이 생겨도 이곳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외국인 이주민들에게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을 연민과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방향만 다를 뿐,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21세기 국제적 문화시대의 새로운 리더, 문화 매개자라는 등 이런 식으로 과대평가를 하죠. 사실 둘 다 비현실적인 인식이에요. 오히려 문화적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자꾸 누군가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는 고정관념을 만들고 있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집단을 자기가 속한 집단의 기준에 맞춰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거예요.”

그렇다면 한국인들에게 외국인 이주민들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매우 단순해요.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화장실이나 공공장소에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대놓고 놀란다든지, 또 여기 왜 왔느냐고 묻는 등 무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지 말았으면 하는거죠. 다 그들을 특별하게 보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거든요. ‘다문화가정’이라는 호칭도 그래요. 우리는 스스로를 단문화가정이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똑같은 가족인데 누구는 ‘다문화’란 호칭을 붙여요.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달라는 거죠.”

그만의 고유함
그가 외국인 이주민 노동자 문제에 관해서 연구하게 된 원론적인 이유는 자신에게 있었다.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였다. 하지만 사회가 그에게 이같은 삶의 가치관을 허락하지 않자 역으로 사회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게 답을 안겨다 준 것이 다름 아닌 ‘사회학’이었다.

“처음엔 사회에 대해 좀 알고 싶었어요. 단지 작은 자유를 요구하는 데도 사회는 왜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까. 사회학을 공부한 것이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죠. 다름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들이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모든 역사가 그런 데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도 깨달았죠.”

사회학은 그에게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혀 주었다. 실제 사회는 변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 또한 사회였다. 그는 단지 수많은 세상 중에 한 사회에서 살고 있을 뿐이고 자신이 속한 사회의 기준에 충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틀린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대부분 사람들이 조바심을 내며 그 사회의 성공 기준을 따라갈 때, 그는 좀 더 여유 있게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세상이 인정하는 편안함이나 안정성의 기준에 충족이 안 돼도 스스로 즐겁고 편안하다고 여기며 살았던 것 같거든요. 지금 내가 사는 사회는 나한테 안 맞는 것일 수도 있어요. 또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자신의 기준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너한테 편한 세상이잖아’라고 반문할 수 있는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이건 보완해야 해’, ‘그래서 내가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청춘을 허비하고, 졸업할 나이가 돼서도 학교 앞을 떠나지 못하고 30살이 넘어서도 계속 고시원을 전전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이것밖에 없다고만 생각하고 좌절하게 되는 거죠.”

▲ 오경석 소장과 동료들이 함께 경기도외국인 인권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은 그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을 변화시켰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순간, 그는 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됐다. 외국인 이주민은 더 이상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고 그와 같은 사람이었다. 결국, 다름이란 가치를 사랑했던 그는 사회학을 공부하며 세상에 관해 알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이주민들의 문제를 연구했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개인의 고유한 인간성이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것이다.
 

“언제든지 나 자신이 속한 사회가 변화해도 괜찮아요. 굳이 그 사회의 기준과 내가 다르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나와 다른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태도도 관대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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