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크툼, 관객의 마음을 날카롭게 찌르다
푼크툼, 관객의 마음을 날카롭게 찌르다
  • 정혜원 수습기자
  • 승인 2013.01.04
  • 호수 13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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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환기하거나 현실감을 증폭시키기영화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는 한 청년이 싸움을 걸기 위해 행인에게 물을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카메라는 점차 샷의 크기를 늘려가면서 ‘GOOD YEAR’라는 회사 로고를 위의 장면과 함께 보여준다. 이때 타인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과 대치되는 GOOD YEAR라는 회사 로고의 등장은 모순된 장면으로 의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이미지가 등장해 현실감을 강화시키는 영화 연출 기법을 ‘푼크툼’이라고 한다. 푼크툼은 ‘바늘로 찌르다’라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작품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의미한다. 푼큰툼의 가장 중요한 점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본다는 것이다. 김윤지 <예술학부 연극영화과>교수는 “영화 속에 나타난 푼크툼은 단순히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게 하기 위한 연출 기법”이라고 말했다.

   
  ▲ 영화 「밀양」에서 신애가 준이를 데리고 밀양으로 들어오는 장면  
   
  ▲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조사에 임하려는 두만과 놀고 있는 아이들  
이창동 감독은 영화 「밀양」에서 푼크툼을 통해 영화 전반적 내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영화는 신애가 아들 준을 데리고 밀양으로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모자는 밀양으로 오는 도중 차가 고장 나 길거리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이 때 준이는 그늘진 어두운 땅에 드러눕는다. 신애는 이런 아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데 그 순간 카메라는 준이의 옷에 쓰인 'Holy kid'라는 단어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 장면은 사실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떼쓰는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단어 하나가 카메라에 스침으로써 장면의 의미는 심오해지고 관객은 영화 전반적 내용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푼크툼을 그만의 방식으로 영화 속에 녹여냈다. 봉 감독은 푼크툼을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영화 속에 잘 반영돼있다. 「살인의 추억」에는 수사반장 변희봉이 현장 검증 장면에서 논두렁에 미끄러진다. 현장 검증이라는 것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이므로 신중하고 엄숙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주민이 소란을 피우며 현장 검증 과정이 혼란스럽게 표현된다. 이런 정황에서 감독은 변희봉이 미끄러지는 장면을 통해 현장 검증이 가진 권위가 상실돼가는 모습을 좀 더 강한 느낌으로 나타낸 것이다. 푼크툼은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는 급작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현실감을 증폭시켰고, 「살인의 추억」에서는 이미지와 서술의 분위기를 대치시켜 영화의 내용을 부각시켜줬다. 봉 감독은 인물 사진에서 가장 관객에게 인상을 주는 것은 얼굴 표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진 속 인물이 신은 신발의 끈이 풀려 있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해 봉 감독은 감정 묘사에서는 인물의 표정보다 풀려 있는 신발 끈이 더 결정적이라고 보고 영화 내에서 이를 푼크툼이라는 연출 기법을 활용해 표현 했다. 영화 속에 푼크툼을 사용함으로써 감독은 관객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김윤지 교수는 “봉준호식의 푼크툼을 찾아보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며 “봉준호 감독은 개인의 감정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푼크툼을 영화를 통해 대중의 시선으로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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