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E] 솔루션에서 감동으로, 감동에서 에너지로
[HUE] 솔루션에서 감동으로, 감동에서 에너지로
  • 허인규 기자
  • 승인 2012.12.06
  • 호수 1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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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광고 지휘자, 송준호 국장

송준호 국장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제일기획에서는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프로’라고 부른다. 서로를 프로라고 생각하면서 더욱 경쟁력 있는 광고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그는 8천여 명의 프로 중에서도 상위 5%에게만 주어지는 국장이라는 칭호를 가진 프로다. 프로만의 여유로움이 인터뷰 내내 그의 주변을 감쌌다.

 

호기심을 쫓는 철새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인들과 외국의 중저가 브랜드 옷을 수입해서 파는 일을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동료와의 불협화음으로 돈을 다 날리고 일본 회사 ‘히타치’에 입사했다. 마케팅 일을 배우면서 광고에 관심을 뒀고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그는 현재 제일기획의 국장으로 15년째 일하고 있다.

“취직보다는 제가 잘 모르는 일을 발로 뛰면서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옷 장사에 도전한 거죠. 첫 번째 사업이 안 좋게 끝나고 이제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시기가 늦었던 거예요. 그때부터 6개월 정도 방황기를 보냈어요. ‘친구들은 자리 잡고 일하는데 나는 이게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힘들어서 술도 많이 먹었어요. 그땐 미래가 안 보이더라고요.”

여행도 다녀보고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하지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첫 번째 인연을 만났다. 취미 삼아 공부한 일본어가 생각지도 못한 도움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모교의 아는 분을 만났어요. 그분과 취업을 비롯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 대한 정보를 듣게 됐죠. 대학생 때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해도 원어민처럼 유창하지 않은 이상 특별한 경쟁력은 없겠다고 생각해서 일본어를 공부했었거든요. 그때 따 놨던 일본어 자격증 1급이 행운을 가져다준 거죠. 어떻게 보면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극적으로 들어간 회사. 하지만 그는 현재의 둥지에 만족하지 않았다.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니 광고에 관심이 갔다. 곁눈질로 광고 업무를 배우다가 퇴사와 동시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광고를 배우기 시작했다. 호기심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그는 그때의 선택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공부만 계속한다거나 일만 쭉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일하다 보면 가끔 어느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때는 그냥 공부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마찬가지로 공부만 하다 보면 목표의식을 잃을 때가 있는데 그때 무작정 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자신이 그동안 배운 지식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보는 걸 추천해요. 저는 실무에서 배웠던 영업 마케팅 기술을 바탕으로 더 전문적인 공부에 도전한 거죠.”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광고대행사에 입사하기 전 그는 단순히 광고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그의 스펙을 살펴봐도 경쟁자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경력이 보이진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경쟁력이 ‘호기심’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두 번째 인연을 만났다.

“당시 저는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공부 중일 때 서점에서 홍보에 관한 책을 한 권 샀어요.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실무 사례가 흥미롭고 생각할 점도 있더라고요. 읽다보니 제일기획의 어느 분이 쓰신 책이라는 걸 알게 됐죠. 저는 그분께 재미있게 읽었다는 메일을 보냈어요. 물론 제일기획에 입사하려는 취지는 아니었죠. 그냥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하면서 책에서 궁금했던 부분을 여쭸어요. 그 메일이 인연이 돼서 그분 밑에서 경력사원으로 일하게 된 거에요.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어떤 걸 알아야 겠으면 다른 사람의 시선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끝까지 찾아내야 직성이 풀려요.”

보다 화려한 꽃이 되기 위해
우리가 보는 15초짜리 광고는 수십 명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이런 협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면서 최고의 솔루션을 구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리드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심에 AE(Account Executive)가 있다.

“광고는 한 사람의 스타에 의해서가 아니라 동료들의 땀으로 이뤄지는 거예요. 그런데 팀워크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우수한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전체를 볼 수 있는 지휘자가 필요해요. AE는 광고주와 가장 가까이 있고 광고인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어요. 여러 구성원의 비중이 낮다 높다를 논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팀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AE의 역할이 광고의 꽃이라는 거죠.”

커뮤니케이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숙명적으로 하루에 4~5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 야근, 밤샘근무는 기본이다. 온종일 클라이언트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장 효과적인 해결법을 찾는다. 예측과 실제 결과가 다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때도 다반사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광고업계 종사자들은 보통 ‘죽을 맛’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마 매일 포기하고 싶을 거예요. 너무 힘드니까. 그런데 광고주가 가져온 문제를 전문가로서 같이 고민해서 해결해주고 성과를 볼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이런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어제 저녁에 쓴 사표를 오늘 아침에 찢죠. 매번 쓰고 찢고를 반복해요.”

이제 그는 제일기획을 떠나 다른 세계로 날갯짓하려고 한다. 광고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서 콘텐츠와 광고의 효과적인 결합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다시 정든 둥지를 뒤로하지만 그는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욕에 가득 차 있다.

“인간 본연의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광고는 예술이 아니라 솔루션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목표는 솔루션이라는 배경에 인간의 희로애락이라는 본질을 그리는 거에요. 그래서 제 광고를 보는 사람이 감동하고, 그 감동이 인간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 정혜원 기자 hyenee30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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