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평가에 대한 제 점수는요”
“당신의 평가에 대한 제 점수는요”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2.12.01
  • 호수 1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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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평가오류와 극복 방안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슈퍼스타K」는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는 참가자들의 노래나 춤을 보고 내로라하는 전문 가수 3명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심사위원들의 노력에도 참가자들의 퍼포먼스에 서로 상이한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매긴 심사위원에게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참가자들의 퍼포먼스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왜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걸까. 평가를 내리는 주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상을 평가할 때 자신의 주관에 따라 개인적 선호 경향, 편견, 고정 관념 등에 영향을 받기 쉽다. 이와 같이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평정할 때 발생하는 주관적 오류를 ‘평가오류’라고 한다.

평가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이 지각하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의 행위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지각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상을 지각할 때 △자극을 유발하는 대상물의 속성 △지각자의 가치관·경험·선호와 같은 내부적 요인 △지각할 때의 주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선별한다. 지각자는 선택된 정보들을 부호화하고 단순화해 기억 속에 저장하고, 새로 들어온 정보와 기존의 정보를 인출해 비교한 후 최종적으로 이에 상응하는 판단을 내린다. 이를 ‘지각과정’이라 한다. 평가오류는 사람들이 대상을 지각할 때 지각자의 내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평가오류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관대화 오류’다. 관대화 오류는 평가자가 피(被)평가자의 실제 업적이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평가 대상에 따라 발생하는 이유가 다르다. 평가자가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의 관대화 오류는 인간의 자기 방어심리에 기초한다. 이에 대해 김명소<호서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자존감을 유지하고 증진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타인을 평가할 때의 관대화 오류는 평가자가 피평가자와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을 염려해 의도적으로 점수를 후하게 주기 때문에 발생한다.

관대화 오류는 제한된 점수대 내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중심화 경향’과 비슷하다. 중심화 경향은 평가점수가 평균점수 이상에 집중하는 관대화 오류와 달리 평균점수를 중심으로 분포한다. 중심화 경향은 평가자가 평가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김정은<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관대화 오류와 중심화 경향은 평가의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평가 기준 외의 요소에 영향을 받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후광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못하는 학생보다 도덕적으로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후광효과는 점수대의 분포가 한쪽에 치우쳐 있는 관대화 오류나 중심화 경향과는 달리, 평가자가 긍정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을 때는 높은 점수를 주고 부정적인 요소에는 낮은 점수를 매긴다. 후광효과는 평가자가 인지한 정보가 한정적일 경우 평가 기준 외의 요소에 따라 어림짐작으로 판단을 내릴 때 발생한다.

평가오류는 평가자가 무의식적으로 판단할 때 발생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평가자들은 자신이 범할 수 있는 평가오류를 의식하고 경계하도록 교육받는다. 또 평가 시스템 차원에서 오류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2007년 중앙 인사위원회(이하 인사위)가 도입한 ‘성과평가 관대화 지수(이하 관대화 지수)’가 대표적이다. 관대화 지수는 공무원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기관별로 관대화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인사위는 공무원 평가 때 관대화 지수를 공표하고 이것을 기관 평가에 반영한다. 이는 기관들이 공무원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관대화 오류를 방지한다. 하지만 관대화 지수는 점수를 강제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이 성실히 일을 수행해도 서로 상이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평가는 피평가자로 하여금 동기유발, 태도형성 심지어 상벌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평가자들에게는 좀 더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오성수<사회대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오류를 줄이기 위해 점점 평가자 훈련이나 관대화 지수와 같은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는 평가자들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참고: 논문 「평가형식 및 척도화 방법이 다면평가에서 관대화 오류 및 후광효과에 미치는 영향」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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